이로 인해 지난주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대내외 평가는 암울하기만 하다.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4대 정유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1∼3월) 각각 수천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을 비롯한 국내외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한 데다 1월 평균 배럴당 64달러이던 두바이유는 최근 20달러대까지 폭락하는 등 국제유가는 급락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정유사 각사별로 많게는 4000억원 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정유4사 합산 영업손실은 최대 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재고평가손실과 정제마진, 여기에 레깅효과(원유도입가격과 제품판매가 차이)까지 더하면 정유업계의 대규모 적자 실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유업계는 ‘팔면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라 공장 가동률을 최소한으로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등이 잇달아 비상경영회의를 여는 한편 비상대책위원회 등을 꾸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당장 글로벌 신용평가사에서 부정적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19일 GS칼텍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낮췄다.
S&P는 GS칼텍스의 올해 영업이익을 부진한 실적을 거뒀던 지난해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또한 최근의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 평가손실까지 입어 상반기에 대규모 적자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S&P는 GS칼텍스가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만큼 재무적 부담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회사 측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여수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이 대표적인 투자사업이다. GS칼텍스는 오는 2021년 중반 완공을 목표로, 전남 여수 제2공장 인근 43만㎡ 부지에 약 2조원대 금액을 투자해 연 7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MFC를 짓고 있다. GS칼텍스가 건설하는 첫 올레핀 생산공장이다.
S&P는 이 공사로 GS칼텍스의 자본 지출규모가 2019년 1조4000억원에서 올해 최대 1조8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정 차입금도 2018년 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9000억~4조1000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4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2020년 GS칼텍스의 법인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의 비율이 4배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S&P는 “GS칼텍스의 법인세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차입금 비율이 상당 기간 3배를 웃돈다면 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출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실적 배당금이 줄어든 것도 GS칼텍스의 위기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GS칼텍스는 최근 공시를 통해 2019년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962원, 총 18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2000억원에 못 미치는 결산배당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가장 적은 규모다. 배당 규모가 크게 감소한 것은 지난해 실적 악화가 영향을 미쳤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차별화된 리더십을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과 위기감이 GS칼텍스의 지난해 결산배당 정책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면서 “허 사장이 위기를 타개할 어떤 복안을 내놓을지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