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제주도 80여명 격리되고·업장 폐쇄됐는데…"선의의 피해자" 두둔한 강남구

2020-03-2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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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들어와 국내상황 몰랐을 수 있다" 해명

시청자들 "모녀의 변명 듣는 것 같았다...전국민이 고통 분담하고 있는 상황, 안일한 인식"

[강남구 재난안전대책본부장 정순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도 4박5일 여행을 강행한 강남구 거주 모녀에 대해 강남구청이 "그들도 선의의 피해자"라고 해명했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고통을 겪고 있고 제주도 피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나온 지자체장의 '제 식구 감싸기 식' 발언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27일 강남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 제주도를 여행해 제주도청으로부터 손해배상 대상으로 거론되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처벌대상으로 비난받고 있는 강남 거주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해 설명드리겠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정 구청장은 “이 유학생은 지난해 9월 보스턴 소재 대학교에 입학해서 줄곧 강도 높은 수업스케줄을 견뎠고, 학교생활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기분전환을 위해 하와이 여행을 계획했으나 코로나19 유행으로 항공편이 취소되자 제주도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이 학생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고, 특별한 증상도 없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우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주도의 설명처럼 유학생이 여행 중 병원에 들른 것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동행한 어머니가 위경련 증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 유학생이 평소 알레르기 비염이 있었기 때문에 증상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날인 24일부터기 때문에 본인이 감염자인지 몰랐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정 구청장은 또 “모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정신적 패닉에 빠져있다”면서 “제주도의 고충과 제주도민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현재 모녀가 겪고있는 상황은 제주도의 오해나 이해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강남구청의 기자회견은 강남구청 유투브에서 실시간으로 생중계됐다. 이를 지켜본 대다수의 시민들은 의야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직장인은 “강남구청의 기자회견이 아니라 마치 유학생 모녀의 변명을 듣는 것 같았다”며 “30분간 세금을 써가며 공무원들이 왜 방역의무를 어긴 이들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구청장이 “(해당)유학생이 15일 입국해서 20일 제주도 여행에 올랐기 때문에 당시에는 자가격리에 대해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았을 것 같은 판단이 든다”라고 해명한 부분도 논란이다.

기자회견을 시청한 50대 주부는 “20일이면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고 21일에는 전 국민을 상대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총리의 절박한 담화가 발표된 시점”이라면서 “유학생이 미국에서 들어와서 상황인식을 제대로 못했다는 구청장의 해명을 듣고있자니 화가났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제주를 여행한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과 그 어머니에게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소송과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유학생은 미국에서 유학하다 학교 기숙사가 코로나19로 폐쇄되자 지난 1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4박5일간 제주를 관광한 뒤 25일 서울 강남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 이 유학생과 동행한 어머니도 같은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유학생은 출발당일 미약하게 코로나19 증세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일정을 강행했다. 이 때문에 제주도내 70여 명이 자가격리 됐고, 두 사람이 이용한 렌터카, 리조트, 마트, 음식점 등 28곳이 폐쇄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들은 14일간 자가격리하라는 정부의 방침을 지키지 않았고, 입도 첫날부터 증상이 나타났지만 곳곳을 여행했다”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최악의 사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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