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는…서울 주택, 단기적으론 '위축'·장기적으론 '양극화 심화'

2020-03-2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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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대책·코로나19로 매수심리 하락…거래량 감소세 보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 세계 확산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0%대 금리', 보유세 폭탄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서울 집값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유동 자금이 '안전 자산'인 부동산으로 몰리며 '부의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시장 관측이 나왔다.

25일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서울 주택 시장이 올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도 하락세 내지는 관망세를 나타낸다고 전망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2·16 대책의 직접 효과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를 매수심리 자체가 떨어트렸기 때문에 올 하반기를 넘어 내년 상반기까지도 주택시장은 하락세 내지는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면서 "대부분 경기 반등이 일어나야 주택 시장도 떠오른다"고 풀이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연구위원 역시 "강남 아파트 투자 쏠림현상 주춤해질 듯"이라면서 "집값이 비쌀수록 세금 부담이 커지는 데다 15억원이 넘는 초고가주택에 대한 대출금지, 코로나19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 등으로 당분간 냉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다양한 통계수치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 흐름을 보인다. 이날 KB국민은행의 종합부동산플랫폼인 KB부동산 리브온(Liiv ON)이 12·16 대책 전후 3개월 대비 가격대별 아파트 매매거래량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 9억원 초과 아파트의 실거래 신고건수는 3731건으로 대책 직전 3개월(9757건) 대비 61%(6026건) 줄어들었다.

이는 거래가격 9억원 이하 감소폭 대비 2.3배 큰 수치다. 9억원 초과 아파트가 밀집된 강남3구는 대책 직전 3개월 4376건에서 대책 직후 3개월1274건으로 평균 70%(3102건) 감소했다.

강남구는 1646건에서 447건(72%, 1199건), 서초구는 1148건에서 334(70%, 814건), 송파구는 1582건에서 493건(68%, 1089건)으로 감소했다.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1874건에서 832건으로 평균 55%(1042건) 줄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특히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 거래는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고가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률이 21.1%로 두 자리수를 보이면서 보유세 부담이 커진 탓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강남구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경우 지난해 보유세는 3047만원 납부했지만 올해는 76% 늘어난 5366만원을 내야한다.

이미윤 KB국민은행 부동산플랫폼부 전문위원은 "고가 아파트는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어렵고,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도 커지면서 9억원 이상 아파트 비중이 높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거래량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부동산 시장에도 불확실성이 커져 주택시장에서 추가 매입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고가 주택 시장은 다시 상승한다는 전망이 팽배하다. 갈 곳을 잃은 시장의 유동 자금이 강남권의 아파트나 빌딩, 다(多)세권 수도권 아파트 등 시장 가치가 확실한 매물로 쏠린다는 분석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과거 굵직한 경제 위기가 있을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소득·부의 양극화 심화된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 위기가 실감하는 것보다 깊고 크게 길게 나타날 걸로 예상된다. 보유세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 여파가 끝나고 나면 분명히 소득 부의 양극화 심화될 것"이라면서 "경제 위기 때마다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시장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도 "지금 사태는 근본적으로 경제·금융 시장이 아닌 종료를 내다볼 수 있는 감염병 사태가 촉발한 상황"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정점을 찍은 뒤 안정화 전략 마련되는 시기가 오면 다시 투자 레버리지가 생기는 가격 떨어지는 금융·주택시장의 투자심리가 재편되는 시점이 온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제일 안전한 실물 자산인 부동산 급매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는 가장 안전한 신규 분양·특수성·희소성 가진 자산 상품을 저울질할 수요가 있을 것"고 덧붙였다.

 

지난 1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반포(위)와 용산(아래)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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