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 중 하나로 ‘증시안정펀드’ 조성을 추진하며 과거 증안펀드 조성 사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증안펀드는 10조7000억원 규모다. 신한·KB금융·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가 각각 1조원씩을 부담하고, 금웅투자업계 18개사와 한국거래소·한국예탁결제원·금융투자협회·증권금융 등 증권 유관기관이 비용을 대는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증안펀드는 증시가 폭락할 때면 늘 거론되는 '구원투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있던 지난 2011년에도 비상조치 계획(컨틴전시 플랜)의 하나로 증안펀드 조성이 검토된 바 있다. 다만 실제로 운용된 사례는 2003년과 2008년의 두 차례다.
1차 증안펀드는 2003년 ‘카드대란’ 사태로 주가가 급락하자 4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3년간 운용된 이 펀드는 당시 증권거래소(1679억원), 증권예탁원(1241억원), 증권업협회(632억원), 코스닥증권시장(448억원) 등 유관기관이 참여했다. 수익률은 30% 가량을 기록했다.
2차 증안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코스피가 1000선 아래로 추락했던 2008년 만들어졌다. 1차 증안펀드와 마찬가지로 증권협회와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원, 자산운용협회 등 4개 유관기관이 5150억원의 자금을 댔다. 당시 수익률은 1차 증안펀드를 뛰어넘은 57.5%를 기록했다.
다만 이번 증안펀드의 경우 민간 금융사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1,2차 증안펀드보다는 1990년대 운용됐던 증시안정기금과 유사하다. 정부는 주가 부양과 투자자 손실 방지를 위해 지난 1990년 증시안정기금을 조성한 바 있다. 증권사, 보험사, 은행사들이 참여해 6000억원 규모로 시작했으며 1994년 6조원까지 규모가 불어났다. 운용과정에서 ‘관치’ 논란을 빚기도 했으며 1996년 청산 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증안펀드를 두고 과거에 비해 '덩치'가 커진 코스피 시장을 방어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고려하면 효과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보다 성장한 우리 증시 규모를 생각하면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며 "10조원이면 현재 시가총액의 1%정도 되는데, 바닥 없이 추락하고 있는 지수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기대는 가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도 "이번 증안펀드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단기자금시장 안정지원 등 다른 정책과 함께 나왔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며 "시총 상위주를 집중 매수해 증시안정과 수급개선을 목적으로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