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청권을 배부하는 법원 관계자는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어제 분 태풍급 강풍의 영향인지 바람이 쌀쌀함에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재판을 보러온 사람들은 법정 앞에 길게 늘어선 상태였다.
법원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12명밖에 못 들어갑니다”라고 외치며 앞에서부터 한 사람씩 수를 세기 시작했다. 원래는 34명 정도 들어가는 재판정이지만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사이마다 한 칸의 자리는 꼭 비워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법원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서 한 사람씩 체온을 측정해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법정에 입장할 수조차 없다.
코로나가 바꾼 법원 풍경이었지만, 덕분에 아쉽게도 조 전 장관의 첫 재판은 법정 문 앞에서 엿들어야만 했다.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미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의 첫 공판 준비기일이다. 공판 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기 때문에 조 전 장관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언론을 향한 깜짝쇼를 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적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가족 비리 및 유재수 감찰 무마 등 여러 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첫 재판에서 모두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측도 마찬가지로 모두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 전 장관 변호인은 “공소사실들 모두 검사측의 일방적인 주장과 평가에 불과하다”며 전부 부인했다.
특히,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의 특감 감찰 중단과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의혹에 대해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변호인단의 반박이 쏟아졌다.
조 전 장관측은 “본래 최종 결정권은 민정수석에 있고 조 전 장관은 본인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며 혐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백원우 전 비서관측도 “조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사실은 있지만 직권남용이 있었는지는 법리적으로 다툴 것”이라며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박형철 전 비서관측 변호인 역시 ‘감찰은 종료됐고 후속 조치는 민정수석의 권한’이라면서도 박 전 비서관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주체가 아니라 오히려 객체, 즉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과의 병합 여부 이야기도 오갔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우리 재판에 기소된 부분에 대해서 병합에 관한 피고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측이 원하면 조 전 장관이 기소될 당시 함께 추가 기소된 부분은 분리 절차를 밟아 정 교수 재판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재판부는 변호인측에 심리가 본격적으로 개시되기 전에 결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직 양측 모두 의견서 제출 전이기 때문에 각 입장을 대략적으로 밝히는 것에 그쳤다.
재판부는 4월 17일 오전 공판 준비기일을 한 번 더 진행한 후 본격적인 공판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