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온다"··· 폭락장 '학습효과'가 개미들 매수로 이어져

2020-03-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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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의 끈질긴 매수세의 배경으로는 과거 폭락장 경험을 통해 얻은 '학습효과'가 먼저 꼽힌다. 실제 금융 시스템이 마비됐던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도,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증시가 얼어붙었던 경우에도 주가는 늘 반등했다.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인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0년 전 금융위기 당시 주가 반등··· 저가매수 기회로 여겨

2008년 9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하며 금융위기가 시작됐다.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외국인이 12조7300억원을 순매도하는 동안 개인은 1조7500억원을 순매수했다.

2008년 연초 1800선에서 출발했던 주가는 같은 해 10월 900선까지 주저앉았다. 이 해 코스피는 연 저점 892.16을 기록하며 연간 수익률 -39.33%를 기록했다.

8월 이후엔 오히려 외국인이 사고 개인이 팔았다. 8월부터 연말까지 개인은 6629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대로 외국인은 14조4632억원을 순매수했다. 2009년 초 1150선에서 출발한 코스피는 연말 1680선까지 상승했다. 이 해 코스피 연간 수익률은 45.39%에 달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이보다 큰 70% 상승률을 보였다.

전염병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례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도 마찬가지다. 메르스 발생 직전인 2015년 4월 코스피는 연고점 2189.54를 기록했다. 4개월 후 주가는 1800.75까지 하락했다.

지수가 저점을 향해 가던 8월 당시 외국인은 4조1092억원어치를 팔아치웠고, 개인은 3589억원어치만을 사들였다. 1년 뒤인 2016년 8월 초 주가는 2019.03까지 상승했다. 저가 매수에 나선 장기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 하락장 때처럼 반등을 예측하며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상당수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주식투자 방법이나 지금 대형주를 사면 되냐는 문의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주변의 부동자금이 넘치는 것도 매수 행렬의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증시가 비현실적으로 폭락하자 저가 매수를 위해 진입한 자금이 많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놨거나 주식 매매 후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8일 기준 37조1126억원으로 한 달 사이 8조822억원 증가했다.

"하락 속도 역대급··· 주의해야"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 보유를 전제로 한 우량주 우선의 매수가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를 하락세에 분할 매수하는 것은 효과적인 투자전략으로 본다"며 "다만 신용거래를 통한 매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으므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현재 국면은 금융 시스템의 누적된 문제점이 터져 시작됐던 과거 금융위기와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며 "현재는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점은 없는 상황인데 공포에 의한 '패닉 셀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증시 하락세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서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격의 하락 패턴과 이번 사태를 비교해 본 결과, 현재 증시 하락 속도가 훨씬 더 가파르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는 전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황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피 전 고점 대비 40%는 1350선인데, 현재 속도로 보면 이 정도 수준에는 금세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롤러코스터처럼 주가도 더 빨리 떨어질수록 더 깊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2년 가까이 장기보유하는 방식이라면 몰라도,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엄청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코스피, 오늘도 '쇼크' 8%대 급락.[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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