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이 후선으로 물러나면서 책임감이 더욱 커진 셈이다. 여기에 주주들이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차 비전에 힘을 실어주면서 현대차의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19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열린 제52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의 사내이사 선임, 최은수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변호사의 사외이사 재선임, 정관 일부 변경(사업목적) 등 이사회 안건이 모두 승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와 그룹 내 역할이 더욱 커지게 됐다.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현대차의 경영 전반 총괄을 담당하던 정 회장이 사내이사 목록에서 정식으로 빠졌기 때문이다. 경영 전반 총괄은 수장으로서 투자를 비롯한 회사의 주요 사안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정 회장을 대신해 사내이사에 오른 김 전무는 재경을 중심으로 한 ‘업무 총괄’을 담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이원희 사장(기업전략 등), 알베르트 비어만 사장(R&D 등), 하언태 사장(국내 생산 등)과 함께 정 수석부회장을 지원한다.
주주들도 정 수석부회장의 도전을 지지하며, 혁신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 현대차의 미래차 전환 전략에 힘을 실어주는 안건을 승인한 게 대표적인 예다. 현대차는 이날 주주의 동의를 받아 정관 사업목적에서 '각종 차량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을 '각종 차량 및 기타 이동수단과 동 부분품의 제조판매업'으로 변경했다. 또한 '전동화 등 각종 차량 충전 및 기타 관련 사업'도 추가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올해를 미래차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전동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모빌리티 △인공지능(AI) △로보틱스 △개인용비행체(PAV) △신에너지 분야 등 미래사업 역량 확보를 위해 20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날 이 사장도 인사말을 통해 “전동화 시장 리더십 확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핵심 구동 부품 경쟁력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금년부터 차량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시스템 판매를 본격화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사업 협력을 통해 수소산업 생태계 확장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변화를 안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도 본격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을 괴롭혀오던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도 지난해 말 이 회사에서 손을 뗀 상태라 적기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2018년 당시 추진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총장에는 약 140여명 밖에 참석하지 않았으나, 전자투표 등이 늘면서 의결권 있는 주식의 83.4%(1억6843만5869주)가 이번 결정에 참여했다”며 “이사회의 결정에 대부분 공감해 시작한지 한 시간도 안 돼 끝났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의 2019년 기말 배당금(보통주 기준)은 3000원으로 결정됐다.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한 연간 총 배당금은 4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