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미국인 220만명 사망" 경고에 180도 변한 트럼프

2020-03-18 18:42
  • 글자크기 설정

"독감보다 못하다" 비꼬던 트럼프...코로나 대응에 몰두

외신 "잘못을 깨달은 대통령이 침울한 어조를 보였다"

"올해 대선에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인의 7할이 코로나19에 걸리고 바이든은 절반, 샌더스가 대통령이 되면 1할로 끝난다."

코로나19가 독감보다 못하다며 비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응 태도를 놓고 미국 사회에서 돌던 우스갯소리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180도 뒤바뀐 태도로 연일 강력한 코로나19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미국의 코로나19 사태가 7~8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P와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 외신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조를 바꾸고 코로나19 위협에 진지해졌다", "잘못을 깨달은 대통령이 침울한 어조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대책은 물론 생활방역 분야 대책에도 강력한 목소리를 냈다. 

AP는 "이는 백악관 내부에서 코로나19가 실질적으로 재선을 위협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는 측근들에게 "코로나19가 대선의 중대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을 뿐 아니라,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도 코로나19를 경제와 사람을 위협하는 전쟁에 비유하면서 "충격이 제2차 세계대전에 필적할 수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코로나19 언론 브리핑을 위해 미국 백악관 브리핑룸에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UPI·연합뉴스]


같은 날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은 그 배경에 영국 연구진의 보고서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미국인 220만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하고, 전체 인구의 81%에 달하는 2억6811만2147명이 감염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향후 12~18개월 동안 백신이 나올 때까지 정부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을 경우의 예상치다. 다만, 의료 공백 없이 감염환자가 모두 치료를 받을 경우에도 110만~1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16일 브리핑에서도 언급된 이 보고서는 영국에서 가장 큰 의학대학인 임페리얼칼리지 산하 세계 감염병 분석센터(MRC)에서 발표했다. MR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지난 1월부터 9차례에 걸쳐 코로나19 연구보고서를 냈다. 같은 날 영국 정부도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후 코로나19 확산세를 지연시키는 방역 정책에서 강력한 개입·억제 정책으로 돌아섰다.

연구진은 코로나19 대응책으로 백신이 나올 때까지 자택 자가 격리나 주민 이동 통제 등 정부가 강력히 개입해 전염률을 낮추는 억제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확산세를 방치해 병원의 병상수가 부족해진다면 사망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병상수용능력은 9만5000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와 함께 지난 15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2월 중국 실물경제 지표를 보고받은 사실을 전하면서, "대통령은 그 숫자를 이해하고 미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제야 알게 됐다"는 한 측근의 발언을 인용했다.

앞서 13일 NYT도 자체 분석을 통해 미국 정부가 대책 없이 상황을 방치한다면 누적 1억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총 1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정부가 즉각 공격적으로 개입한다면 사망자를 최대 5만3000명대까지 줄일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음모론 사이트 '인포워스'는 빌&멀린다 게이츠재단(게이츠재단)과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 등이 작년 10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예견하고 18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6500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게이츠재단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배우자 멀린다 게이츠와 함께 세계 빈곤과 에이즈 등 질병 퇴치를 위해 설립한 자선 단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게이츠재단이 참여 중인 싱크탱크 '존스홉킨스보건센터'는 "당시 이벤트201이라는 전염병 팬데믹(대유행) 모의훈련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나리오상 가상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정했을 뿐, 코로나19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가상훈련 결과에서 전염병 확산세는 폭발적이었다. 전염병은 6개월 만에 거의 모든 국가에서 전염병이 발생했고, 결국 확산을 통제한 국가는 없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주식시장은 각각 11%, 20~40% 하락했다.
 

16일(현지시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산하 세계 감염병 분석센터(MRC)가 발표한 보고서 내의 미국과 영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예측 그래프.[그래픽=MRC 보고서]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산하 세계 감염병 분석센터(MRC)는 홈페이지에 해당 코로나19 보고서를 게시한 상태다.[사진=MRC 홈페이지 캡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