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임원 감축․순환 휴직․계열사 전출․명예퇴직 등 자구 노력을 힘겹게 기울여왔던 두산중공업이 마침내 ‘휴업’이라는 극단의 카드를 꺼내 들어 경제, 산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경제 불황의 먹구름이 2008년 금융위기를 넘어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못잖은 악몽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경제의 큰 기둥인 수출이 흔들거림은 물론, 내수마저도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어 대기업들이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대기업의 위기는 바로 스포츠산업의 위기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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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주요 프로 스포츠는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4대 프로 스포츠중 프로야구의 피해가 가장 클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두산중공업은 두산베어스의 최대 협찬기업이다. 연간 운영비가 400억원이 넘는 프로야구단은 해마다 120억원 안팎의 적자분을 그룹사로 지원받고 있는 실정이다.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바로 두산 베어스의 위기다.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KT 위즈,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롯데 자이언츠도 모기업의 경영 악화로 힘든 한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의 NC 다이노스,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이 운영하는 삼성 라이온즈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일한 독립기업인 키움 히어로즈는 광고 수주 부진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10개 구단 모두 운영비 삭감이 불가피하므로, 원정 숙소 호텔 등급을 내리는 등 허리띠 조르기를 피할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연간 144경기가 축소될 경우, 선수들 연봉은 깎이지 않는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 축소시 연봉을 경기당으로 계산해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 프로야구는 해당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올시즌이 끝난뒤 수정 보완될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관중 급감은 불을 보듯 뻔하다. 23년전 IMF 사태 당시 걷잡을수 없이 흔들거렸던 아픔이 생생하다. 팬들은 야구장에 발길을 끊었고, 구단들은 쓰러졌다. '돌격대' 쌍방울이 모기업 자금난에 해체됐고, '최강' 해태 타이거즈는 주력 선수들의 현금 트레이드로 연명한 끝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5년 540만6374명에 달했던 관중 기록은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절반에 가까운 263만9119명까지 추락했다. 이후 400만 관중 돌파(410만4429명, 2007년)를 다시 달성하기까지 10년의 세월이 걸렸다.
프로야구 관중은 2017년 840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18년 807만⟶2019년 729만명’으로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는 엎친데 덮친격이 됐다. 올해는 얼마나 감소할지 생각하기조차 끔직하다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저 13년전의 400만명대로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없을까? 굳이 답을 찾는다면 화끈하고 경쾌한 플레이를 매 경기 펼치는 것이다. 4~5년전부터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100억원 안팎으로 뚸어오르면서 선수들은 몸을 사리기 시작했다. 부상을 염려해 도루를 감행하지 않는 게 눈에 띌 정도다. 홈으로 육탄돌격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외야수의 메이저리그급 강한 홈송구 등 투지넘치는 경기를 펼치면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 모을 수 있다.
또 메이저리그처럼 투수의 ‘원포인트 릴리프’ 규정을 없애면 경기시간이 2시간 50분대로 단축될수 있다. 선수단의 각성과 투지가 꼭 필요한 올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