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개학 연기로 PC방에 몰리는 청소년들... 업주와 학부모는 '좌불안석'

2020-03-16 15:09
  • 글자크기 설정
신천지와 교회, 콜센터에 이어 PC방이 코로나19 집단 발병지로 지목되면서 PC방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PC방 업계는 코로나19 확산에도 급격한 매출 하락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지만, 언제든 집단 발병지로 지목되면 휴업에 들어가야 할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이 4월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PC방에 드나드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동안교회와 휘경동 세븐PC방에서 18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에 자녀들의 PC방 출입을 통제하고 싶지만 쉽지 않다. 맞벌이 부부는 아이들을 24시간 통제할 수가 없고, 친구를 만나려는 자녀들의 의지를 꺾자니 힘에 부친다. 

16일 서울 노원구와 강북구에 위치한 PC방은 코로나19 확대 사태에도 불구하고 이용자들로 가득했다. 개학이 3월 23일까지 연기되고 학원도 함께 휴원에 들어가면서 갈곳 없는 청소년들이 PC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울 강북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코로나19 확대 이후 전체 일 매출은 줄었지만, (청소년이 주로 방문하는) 오전 시간대 매출은 다소 늘었다"고 했고, 노원구 PC방 업주 B씨도 "(청소년 고객이 늘어나) PC방 전체 일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PC방 업계는 매출 유지와 소규모 증가가 반갑지만은 않다. 언제든 코로나19 집단 발병지로 지목되어 사실상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세븐PC방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주 B씨는 "늘어난 이익을 대출금 상환이나 PC 업그레이드 등에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 코로나19 감염자가 PC방에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PC방을 휴업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에 PC방 업계는 사력을 다해 코로나19에 대한 자체 방역을 진행 중이다.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용이 끝난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 등을 즉시 알코올로 닦아 내고 있다. 비눗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 효과적이란 얘기에 마우스패드 등을 매일 비눗물로 세척하는 업주까지 등장했다.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방역을 위한 4가지 안전수칙을 제정하고 회원들에게 이를 지키도록 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일 매출이 평소의 20~30%까지 줄어든 PC방도 있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PC방에 가지 않도록 강권하는 것 말고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심지어 일부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PC방 방문을 막기 위해 최신 스마트폰과 PC를 사주는 경우도 생겨났다. 

PC방에서 만난 김주현 학생(17·수유동)은 "온라인 강의만 보고 스마트폰만 만지작 거리면서 생긴 답답함을 PC방에서 친구들을 만나 해소하고 있다"며 "꼭 게임만 즐기기 위해 PC방 온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 세븐 PC방. [사진=연합뉴스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