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대리게임은 건전한 게임 생태계를 망칠 뿐만 아니라 게임의 수명까지 줄일 우려가 있어 주요 게임 이용자층인 10~20대와 게임개발사 사이에서 금기시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리게임이 만연하면 낮은 랭킹 게임에선 높은 랭킹을 가진 대리 게이머가 일반 게이머들을 게임 실력으로 농락하는 '양학(양민 학살)' 현상이 일어나고, 높은 랭킹 게임에선 대리를 받아 올라온 게이머의 실력이 팀원들에 비해 매우 떨어져 팀이 대등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쉽게 패배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게이머들은 게임에 대한 흥미를 잃게되고 결국 게임을 그만두게 된다. 게이머가 줄어들 수록 온라인 게임 매칭에 들어가는 시간은 늘어나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게이머가 또 게임을 그만두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게이머가 떠난 온라인 게임은 서비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게임개발사와 게이머 모두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이에 많은 게임개발사가 대리게임이 적발된 아이디는 영구 정지시키고, 대리게임 사실이 밝혀진 프로게이머는 e스포츠 리그 퇴출 또는 출장금지 같은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에도 불구하고 대리게임은 이를 대신해주는 사업체까지 활개칠 정도로 조직화되고 있다. 대리게임 수요와 공급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방증이다.
대리게임이 만연하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게임랭킹 등급이 주는 사회적 우월감이다. 온·오프라인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높은 게임랭킹 등급은 발언권과 직결된다. 떨어지는 게임 실력에도 높은 게임랭킹 등급이 가져다주는 사회적 영향력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대리게임에 빠져든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이유는 게임랭킹 등급에 따라 게임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낮은 게임랭킹 등급에선 사소한 말 다툼이나 게임의 불리함만으로 게이머들이 게임을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게이머의 기량 탓에 아군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다. 반면 높은 게림랭킹 등급에선 게임을 포기하는 경우가 드물고 아군의 지원도 낮은 등급보다 훨씬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낮은 게임랭킹 등급을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를 자신의 실력이 아닌 팀원의 실력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대리게임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드물지만 높은 게임랭킹 등급이 현실에서 스펙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게임개발사들은 지원자들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를 평가하기 위해 특정 게임랭킹 등급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