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달에만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 사건 3건에 대해 '기소유예처분 취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지난달 27일 절도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A씨가 이를 취소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처분 취소 결정했다.
A씨는 서울 용산구의 한 독서실에서 다른 사람의 충전기를 가져가 사용한 혐의(절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헌재는 독서실에서 다른 책상에 꽂혀있던 타인 소유 휴대전화 충전기를 사용했다고 해서 절도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공용 충전기로 오인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같은 날 헌재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 특정 후보에 대한 게시물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선거법 위반)을 받은 공립학교 교사가 낸 헌법소원사건에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법에서 정한 선거운동은 특정후보자를 낙선 혹은 당선시키려는 목적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며 “타인의 글을 단순 공유한 행위는 선거운동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의사가 잘못 작성한 진료기록을 토대로 보험금을 타낸 소비자(보험사기)도 기소유예 처분이 취소됐다. 고의로 진료기록을 조작해 달라고 요청했다거나 개입한 정황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결정문에서 헌재는 피의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없는데도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기소유예는 죄가 인정되지만, 범행 후 정황이나 범행 동기·수단 등을 참작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않고 선처하는 처분이다.
실질적으로는 무죄에 가깝지만 법률상·형식상 유죄라는 점이 문제다. 자신이 무죄라고 생각하는 피의자는 억울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기소가 될 경우 법정에서 무죄를 다툴 수 있지만 기소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의자가 무죄를 다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기소유예 처분을 근거로 피해자 측이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피의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다.
우리 사법체계에서는 이 경우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것이 유일한 불복방법이다.
헌재 결정에 따라 검찰은 사건을 재수사해 기소 여부를 다시 결정해야 한다.

[사진=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