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토요일 오후 11시는 가족들이 모이기 쉬운 시간 특성상 방송계에 있어 '프라임 시간대'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시간대의 경우 공중파 인기 프로그램이 대거 방영되다 보니, 홈쇼핑사들은 시청자들이 공중파 광고를 보지 않기 위해 채널을 바꾸는 과정에서 시청률이 높아지는 '재핑 효과(Zapping Effect)'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홈쇼핑사들은 이 시간대 저마다의 '핫'한 브랜드를 내세워, 대표 패션 쇼호스트를 통해 30~40대 여성 고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CJ오쇼핑,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등 주요 TV 홈쇼핑사들은 일제히 오후 10시 30분부터 패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토요일 오후 11시가 가족들이 TV 앞에 가장 모이기 쉬운 시간대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때를 공략하기 위해 가장 유능한 패션 전문 쇼호스트, 스타일리스트 등을 구성해 타이틀을 건 패션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구매력을 갖춘 여성층이 선호하는 시간대다. 사실상 똑같은 고객을 두고 의류, 잡화 등을 판매하기 때문에, 쇼핑사 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간대"라고 설명했다.
CJ오쇼핑은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0분부터 2시간 30분간 자사 대표 패션 프로그램 '힛 더 스타일(Hit the Style)'을 방송한다. 이 프로그램은 패션 토크쇼처럼 진행되며, 소비자들에게 최신 유행 스타일과 상품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방송된다.
CJ오쇼핑을 대표하는 패션 전문 임세영 쇼호스트와 이민웅 쇼호스트, 국내 톱스타들 스타일링으로 유명한 한혜연 스타일리스트가 함께 지난 2016년 8월부터 4년 가까이 진행하고 있다. 공중파 프로그램도 아닌 쇼핑 프로그램을 동일 진행자가 3년 이상 진행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GS홈쇼핑도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0분부터 '쇼미더트렌드(Show Me the Trend)'를 방송한다. 방송인 김새롬, 김성일 스타일리스트, 김민향 쇼호스트가 함께 진행한다.
쇼미더트렌드는 첫 방송을 진행한 2007년 당시 1시간에 1개의 상품만을 방송하던 홈쇼핑 업계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카테고리의 아이템을 파는 편집숍 형태로 만들어 성공시킨 최초의 방송이라고 GS홈쇼핑 측은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매주 2시간 30분에 걸쳐 3~5개의 다양한 패션 상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홈쇼핑 역시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30분 패션 전문 프로그램 '엘쇼(L.SHOW)'를 방송한다. 엘쇼에서는 패션 전문 이수정 쇼호스트와 김우리 스타일리스트가 롯데홈쇼핑 단독 패션 상품을 비롯한 고급 브랜드를 소개한다. 특히 지난 14일에는 방송 1주년을 맞이해 3시간 30분 동안 특집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대홈쇼핑도 이 시간대에 김동은 쇼호스트와 서송이 쇼호스트를 통해 '스타일 마스터(Style Master)'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토요일 밤 패션 전문 프로그램은 실적도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의 힛 더 스타일은 현재까지 180회 이상 방송됐고 누적 주문금액도 4300억원을 넘어섰다. 한회 방송분에서 최대 50억원의 주문 실적을 올린 적도 있다.
GS홈쇼핑의 쇼미더트렌드도 한회 당 수십억원가량 실적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됐다. 일반적인 시간대에 방송되는 홈쇼핑 평균 프로그램 판매량과 비교하면 약 5배 정도에 달하는 수치라고 GS홈쇼핑 측은 설명했다.
지난 14일 1주년을 맞이한 롯데홈쇼핑 엘쇼도 53회 방송 되는 동안 총 142만 세트 이상 판매고를 올리며 주문금액이 15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이달 7일 방송 기준으로만 살펴보면 주문금액이 15억원 안팎 수준으로, 전일 동시간 프로그램 주문금액 대비 약 5~6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한 홈쇼핑 업계 전문가는 "토요일 밤 시간대는 판매량이 평시 대비 압도적으로 높다 보니, 자사를 대표하는 유능한 패션 쇼호스트가 편성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독특한 패션 상품, 편집숍 등 다양한 마케팅 시도가 이뤄지기도 하는 시간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