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청의 책임 강화...하청 근로자의 안전도 내가

2020-03-13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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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규원 안산고용노동지청장]

이규원 안산고용노동지청장

매년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인한 사고 사망자 수가 9백여 명에 이르고 있으며, 근로자 만명당 사고 사망자 수는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2∼3배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산업안전, 교통안전, 자살예방)를 본격 추진하고 있으며, 그 중 하나가 국민의 삶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산업안전분야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근로자 사망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산재 사고 사망자는 855명으로 전년에 비해 116명 감소했는데 이는 사고 사망자 통계가 시작(1999년)된 이후 가장 큰 감소 규모이며, 사고사망만인율*도 0.51‱에서 0.4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 수준인 0.2~0.3‱에 이르기까지에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안산·시흥 지역은 중소제조업 중심의 시화·반월·시화MTV 국가산업단지가 위치한 곳으로 제조업 비중이 34%로 전국 평균 14.5%, 경기·인천 지역 평균 18.2%에 약 2배에 가깝다.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회사들은 대부분 기계,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 운송장비 제조업종으로 산업재해 예방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원청보다는 하청 노동자가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경영 효율화에 따른 외주화의 확산으로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 노동자 중 하청 노동자의 사망 비율이 약 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위험업무의 외주화 및 다단계 하도급 등이 만연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원청(도급사업주)의 책임을 대폭 강화했다.

첫째, 원청이 안전보건조치를 취해야 하는 장소의 범위를 확대했다. 원청 사업장 내 화재·폭발·붕괴·질식 등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원청 사업장 전체로 확대했고 추가로 원청이 지정・제공한 장소 중 지배·관리하는 장소로서 위험이 있는 21개 장소도 포함시켰다.

둘째, 유해·위험 작업으로 인한 위험을 하청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내도급 인가 대상 작업이었던 도금작업, 수은·납·카드뮴의 제련·주입·가공·가열작업, 허가대상물질을 제조·사용하는 작업의 사내도급을 금지하였다.

해당 작업은 유해·위험성이 높고, 단기간에 직업병 발견이 어려워 사내 도급을 허용할 경우 수급인의 잦은 변경 시 해당 작업을 수행한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급성 독성, 피부 부식성 등이 있는 물질의 취급 등 작업의 도급 시에는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였다. 그동안 유해·위험 물질 취급으로 인한 산업재해가 다수 발생했다.

특히, 장시간 유해·위험 물질 취급설비의 유지·보수 등의 작업은 질식, 중독사고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렇게 승인받은 작업을 수급인이 재하도급할 수 없도록 하고, 무분별한 도급을 방지하기 위해 산재예방조치 능력을 갖춘 수급인에게 도급하도록 한 점도 강화된 내용이다.

이와 같이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도급인 등 사업주의 주도적인 산업안전예방 활동을 주문하고 있다. 이는 산업재해 예방활동이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이 기업의 최우선 가치로서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현장의 안전은 사업주의 선택과 배려가 아니라 책임과 의무이고, 근로자는 안전하게 일하고 건강하게 가정으로 돌아갈 권리가 있다. 이번에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에 잘 정착돼 더이상 산업현장에서 일하다 사망하거나 다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는 건강하고 행복한 대한민국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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