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육은 이제 체제·이념 중심에서 탈피해 미래의 가치를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통일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관점을 가지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백준기 통일교육원장은 지난 5일 통일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을 묻는 질문에 “체제와 이념이 아닌 자유・평등・인권 문제로 접근할 때 대립과 경쟁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8년 6월 통일부 소속 통일교육원장에 취임한 그는 각계각층으로부터 청취한 의견들을 모아서 올해 국민들과의 공감대를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관련기사
통일교육원은 지난해 교육 커리큘럼 개편, ‘2030세대’ 프로그램 신설, 사이버강의 확대,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추진했다.
현재 교육원은 애니메이션․동화책․웹기반 영상자료 제작, TV 특집프로그램을 비롯해 유튜브 등 뉴미디어 채널을 활용한 감각적인 콘텐츠를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교육 커리큘럼 전면 개편은 교육원 설립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백 원장은 “통일교육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통일교육을 하는 유일한 정부 교육기관”이라며 통일교육도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72년 공무원 연수기관인 ‘통일연수소’로 시작한 교육원은 통일 준비 차원에서 ‘공무원 중심’의 통일연수가 주요 임무였다.
백 원장은 “공무원, 교사, 지역통일교육 강사 등 일부 대상 중심의 교육을 넘어서 대학생, 시민단체, 남북교류 관계자, 종교 관계자, 관광해설사, 외국인 학생 등 교육 대상을 다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일교육이 더 많은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방향과 기본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폭넓은 공감대가 필요하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수긍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로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도 통일교육의 일부라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으로 정부는 통일부(통일교육원),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이 참여하는 ‘학교 평화·통일교육 정책협의회’를 통해 기관별 협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백 원장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통일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통한 차세대 통일 전문가 육성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통일교육 하면 반공 포스터 그리기와 글짓기를 떠올리는 ‘4050세대’와 통일에 무관심한 ‘2030세대’, 개념을 정립해나가야 할 10대까지 세대별 통일교육이 절실하다는 게 백 원장의 주장이다.
실제 통일부와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598개교의 6만9859명(학생 6만6042명·교사 38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에서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률은 매년 떨어지고 있는 추세(2017년 62.2%→2018년 63.0%→2019년 55.5%)다.
백 원장은 “통일교육이 반공 교육, 통일·안보 교육의 시기를 지나 지금의 평화・통일 교육으로 변화되고 있다”면서 “그 과정 속에서 통일교육의 방향을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시행착오 역시 문제의식을 통한 발전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통일 후 자신들이 입을 경제적 손해를 먼저 생각한다’는 지적에 대해 “요즘 세대들은 과거처럼 거대 담론적인 측면에서 통일을 바라보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면서 “젊은 세대들은 개인의 자아실현과 내 삶을 개선시켜주는 통일을 원하고 있었다”고 답했다.
백 원장은 “결국 창업이나 일자리 등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접근법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이 통일과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현재 진행하고 있고, 앞으로 더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교육이 과거의 주입식으로 진행되는 것보다는 상대방의 관심을 유발시키고, 관심사를 맞춰서 전달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서 “다양한 쌍방향 소통 채널을 통해 국민들과 같이 고민하고 결론을 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국가 중앙중심의 통일교육에서 벗어나 지역통일교육센터, 통일교육위원 등 지역사회의 교육 거버넌스를 만들 계획”이라며 “초·중·고·대학, 일반 시민사회단체들과 협업을 맺어 소단위의 지역거점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다만 그는 “우리가 ‘부모를 왜 공경하고 가족을 사랑해야 되느냐’고 되묻지 않는 것처럼 통일도 헌법적 가치인 것을 부정할 순 없다”면서 “보편적 가치로서의 통일에 대한 교육을 완전히 배제한 채 미래 세대를 양성하기는 힘들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