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검찰 말 들어달라"...정경심 공판재개, 전임 재판부 흉본 검찰

2020-03-11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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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소송지휘에 이의제기한 적 없다" 오리발 내밀기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이 재개됐다. 이전 재판에서 재판부와 강하게 마찰을 빚었던 검찰은 이전 재판부(송인권 부장판사)가 검찰의 의견을 듣지 않았다며 '검찰의 말을 들어달라'고 요구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임정엽 권성수 김선희 부장판사)는 11일 정 교수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법원 정기인사로 정 교수 사건의 담당 재판부 구성원이 모두 바뀐 뒤 열리는 첫 재판이다. 재판부는 공판을 진행하기에 앞서 검찰과 변호인 측에 '발언을 하기 전 실명을 먼저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공판이 시작되자 검찰은 이전 재판이 지연된 이유를 비롯해 공소장 변경 불허 등의 앞선 재판부의 결정사항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전임 재판부(송인권 부장판사)와 변호인 측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취지. 

검찰은 입시관련 서류 위조 혐의와 관련한 서증조사가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핵심 참고인을 심문하면서 서증조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의 불을 지폈다. 정 교수 측이 주요 관계자를 회유했던 전력이 있기 때문에 "참고인 심문과 서증조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증은 재판에 증거로 제출되는 서류 등을 말하는데,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동의하면 증거로 채택되지만 한쪽이 반대하면 증거조사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고인 등이 소환될 수도 있는데, 검찰은 이 절차를 한꺼번에 진행하자는 것. 

하지만 검찰은 아직 변호인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수사서류 등의 열람복사도 끝내지 않은 상황이다. 피고인은 무엇이 증거로 나왔는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증인심문부터 하자는 것이어서 변호인 측의 반발을 샀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에 따르면 서증조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증인심문을 들어가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양지열 변호사(법무법인 가율)도 "불가능한 것 같지는 않은데 들어본 적은 없다"고 당혹스러워했다.  

하지만 검찰은 오히려 "허위성 부분은 심문·서증만으로도 재판부가 꿰뚫어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지금이라도 재판부가 검찰 의견에 귀를 기울여달라"고 읍소하기도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단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변호인은 "(검찰이) 증인들을 지속적으로 회유했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서증조사와 참고인 심문을 함께하자는 요구에 대해서도 "제발 통상적 관례에 따라 법과 원칙을 지켜달라"고 공박했다.

아울러 "검사님들 의도대로 해야 재판 절차 진행에 응하겠다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선 재판부에서 검찰이 '재판진행'을 두고 일일이 이의제기한 것을 두고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 공방이 이어졌다.

변호인은 '3차 기일에서 전례없던 일들이 있었다'면서 "서증조사 과정에서 (검사의) 절제되지 않은 피고인 명예훼손 모욕에 해당되는 언급이 있고, 유무죄 쟁점 관련없는 사안들이 강조되고 언론에 도배하는 상황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변호인 측은 이것이 "광범위한 법정모독"이라면서 검찰의 행태를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

이에 검찰은 "당시 앞뒤 사정을 의견서로 자세히 제출했다"며 "법률규정에 따랐을 뿐 재판 진행에 대해서는 이의제기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이같은 검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일례로 지난달 2월 5일 열린 3차 공판기일에서 재판부는 검찰이 소송지휘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자 "재판부에 그 정도 권한도 없습니까"라며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한편 정 교수 측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감수하겠다"며 보석을 신청했다.

특히 정 교수는 "코로나 때문에 공판이 연기된 사이 관련 참고인들 조서를 일부 봤다, 참고인 중 교수라고 하는 사람들까지도 2007년, 2008년, 2009년 핵심 3년에 대한 기억이 다 틀리다"라며 "검찰이 제시한 자료와 반대된 기억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13년 전 기억을 떠올려야 하고, 그래서 저에게 배려를 해주신다면 과거의 자료를 좀 자유롭게 보고싶다"며 "보석을 허락해주시면 전자팔찌 등 보석조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다음 공판기일 전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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