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외이사의 명암] 4대 은행 사외이사 찬성률 100%···주당 6시간 일하고 4000만원

2020-03-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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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보다 연임 신경 쓰는 통에 거수기 전락

지난해 대부분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에 10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였다. 대주주의 독단경영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도입된 사외이사들이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의미다.

다만 이는 현행 사외이사제도 운영상 당연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별다른 격무 없이 5000만원이 넘는 보수를 챙겨주는 금융사를 상대로 그 어떤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지겠냐는 의견이다.

현행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권한이 명확히 규정돼 있다. 금융사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이사회에 참여시켜야 하며, 사외이사 숫자는 이사 전체 숫자의 과반수 이상이 돼야 한다. 과반수를 차지하는 사외이사들만 합심한다면 대주주라 할지라도 어떤 안건도 통과시킬 수 없는 구조다.

그러나 실상을 살펴보면 사외이사들이 회사측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는 일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지난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의 정기·임시이사회 참석률은 100%,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참석률은 각각 97.2%, 99%로 나타났다.

은행 사외이사들은 참석한 모든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단 한 표도 던지지 않았다. 4개 은행 통틀어 찬성률이 100%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거수기' 행태를 보여줬다.

은행이 가장 뚜렷한 찬성률을 보였지만 다른 금융권역도 이와 유사했다. 대부분 금융지주와 대형 보험사 사외이사를 살펴봐도 1년에 10개 이상의 안건이 통과되는 가운데 반대표는 아예 없거나 1~2개에 불과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나 위원회에서 내부 이견이 발생한다면 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뿌리 깊은 관행 때문"이라며 "아예 이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사회 이전에 안건에 대해 협의하는 금융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 일각에서는 두둑한 보수를 챙겨주는 관행도 사외이사를 거수기로 만드는데 한 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4대 은행 사외이사의 평균 보수는 모두 4000만원이 넘었다. KB국민(7588만원), 신한(6155만원), 하나(4379만원), 우리(4336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금융계열사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평균 연봉이 5000만원 이상으로 더 높았다. 여기서는 KB(8629만원), 하나(6315만원), 신한(6218만원), 우리(5616만원) 순이었다. 연봉 이외에도 본인과 배우자에 대한 연 1회 종합건강검진비용 등 제공되는 편의도 적지 않다.

 

[사진=각 사]

이들의 근무 시간도 길지 않았다. 4개 금융지주 모두 사외이사의 평균 근무시간은 300시간 내외로 집계된다. 이는 일주일에 6시간 가량 일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금융사 사외이사는 활동 시간에 비해 엄청난 고액의 보수를 받고 막강한 권한을 가질 수 있어 자리다툼이 벌어지는 지경이다. 때문에 대부분 사외이사들이 금융사를 견제하는데 집중하기보다는 금융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5~6년씩 연임할 수 있도록 신경 쓰는 편이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의 경력을 살펴 반대를 많이 할 것 같으면 애초에 이사회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경우다 대다수"라며 "일반적인 사외이사들은 굳이 금융사 경영 사항에 반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찬성표를 던지기 일쑤"라고 말했다.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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