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코로나19 놓고 '네 탓' 공방 격화

2020-03-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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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코로나19 발원지 두고 “중국이다”vs”미국이다”

의료체계 지적도... 美 "중국 통계 못 믿어", 中"미국 대응 부족"

1단계 무역합의로 다소 가라앉는 듯 보였던 미·중간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양국이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서로를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거나, 의료체계 문제를 지적하는 등 설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中환구시보, 폼페이오 '우한 코로나' 발언에 맹비난

9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공개석상에서 코로나19를 잇따라 ‘우한(武漢)바이러스’라고 불렀다는 이유에서다.

환구시보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미국 정치인들이 방역에 힘을 쏟기보다는 중국을 비난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며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이틀 연속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언급한 것은 무책임하고 편협한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도 신문은 비난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역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부여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은 것은 중국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6일(현지시간) 미국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아 보인다는 진행자의 발언을 겨냥해 “중국 공산당을 칭찬하다니 보기 좋다”고 비꼰 뒤 “하지만 이건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라는걸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앞서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코로나19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칭한 바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코로나19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과 관련한 질문에 “중국이 취한 노력에 기쁘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우한에서 왔다고 한 건 다름 아닌 중국 공산당"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중국 당국은 최근 중국이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오고 있다. 전염병 분야 권위자인 중난산(鐘南山)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달 27일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먼저 발병했지만 발원지가 중국이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코로나19 발원지를 밝혀내라고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환구시보는 독감으로 인한 미국의 사망자 수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발원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 전염병 대응 체계 부족…높은 의료비로 전염병 확산 키워”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양국의 논쟁은 서로의 전염병 대응체계에 대한 비난으로까지 확대됐다. 9일 환구시보는 중국에서 20년 가까이 거주하고 있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마리오 카볼로의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전염병 대응 시스템의 단점을 지적했다. 마리오 카볼로는 “미국 공중보건서비스단과 질병센터는 중국에 비해 준비가 부족했다”며 진단 키트가 부족한 상황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그러면서 “건강하다면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는 발언은 코로나19 무증상자를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발언이며, 결국 이는 수천명의 감염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볼로는 기고문에서 미국은 뛰어난 의료기술을 자랑하지만,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의료비를 책정했다며, 이로써 서민들이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고도 지적했다.

이에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봉쇄 조치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NYT는 진단 장비와 병상 등 검진 역량 부족으로 정부 공식 감염 통계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앞으로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증가할 경우 봉쇄 정책이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실제 효과는 학생들의 수업이 시작되고, 공장이 가동되면서 버스와 지하철 승객이 늘어날 때 바이러스 확산세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부연했다.

중국 당국이 실제 코로나19를 막은 것인지, 단순히 억누른 것인지 완전한 확인이 안됐다는 것이다.

마크 립시치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 교수는 "현재 중국에서 감염자 숫자가 줄고 있다고 해서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감염자 통계가 '0'명이라고 해서 다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국면이 계속되면서 일각에선 양국의 무역합의 이행에 차질을 빚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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