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극복전선] "오늘도 방호복으로 무장하고..."

2020-03-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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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톨릭대 의료진들 '고군분투'...전국 곳곳에서 기부 행렬 잇따라

대구가톨릭병원 내 의료진들이 상담 전화 등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제공]

대구 전체에 퍼지는 '임대료 인하 운동'...위기 극복에 강한 대구, "봄이 오고 있다"

"평소보다 5배는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레벨D 방호복으로 인해 온몸이 땀 범벅인데다가, 숨쉬기가 힘든 상태이고요, 입도 굉장히 마르지만, 화장실을 가려면 방호복을 탈의하고 다시 착의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물을 마시지 않습니다. 양압 보조기를 허리에 착용하는데 무게가 있어 허리도 상당히 아프지만, 호전되는 환자들 보며 또다시 힘을 얻고 있습니다."

외래, 진료실, 간호사실, 병실 등 구석구석을 누비며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가톨릭대병원의 한 간호사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힘들지만, 조금씩 회복돼 가는 확진 환자들을 보면서 희망을 찾는다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연이은 확진 환자 및 사망자 발생이 이어지고 있는 대구. 감염 사태 극복을 위해 수많은 의료진들이 대구 곳곳에서 '코로나19'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2월 28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정례브리핑에 앞서 "오늘은 대한민국헌정 사상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었던 대구 2.28민주운동 60주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다. 독재와 불의에 항거했던 선배들의 헌신과 희생의 정신을 이어 받아 코로나 19와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와 결의를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는 1907년 일제가 강요한 나라 빛을 갚아 국권을 회복하자는 첫 항일 운동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과거 민족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투사들의 후예들..이제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영웅들이 '기적'이라는 치료제를 가지고 대구로 향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 오전, 일요일. 대구가톨릭대병원 교직원 170여명이 병원에 모였다. 지난 20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 일부 일반 병동과 응급센터가 폐쇄됐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확진자 발생을 막고자 병원 내 방역 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원들이다.

이들은 방역 복장 착용과 함께 병원의 모든 건물로 각각 배정돼, 병원 구석구석을 소독하는 등 방역 활동에 나섰다. 무겁고 답답한 방역 복장이지만, 혹시나 빠진 곳이 없을까 두세 번씩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하루에도 수 백 명씩 확진환자가 생기는 대구에서 의료진은 턱없이 부족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마찬가지이다. 자가격리 중인 의료진이 있어 인력 배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확진자의 입원과 치료를 위해 지난 2월 26일부터 대구시와 협의해 125병상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진료과를 불문하고 모든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현장에 참여했고, 간호사, 외부 의료자원봉사자들은 체력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환자 치료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또 병원에서 근무하는 터라, 가족들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될까 봐 어린 자녀를 타지에 있는 부모님에게 맡겼고, 병원 인근에서 장기간 숙소 생활을 하면서 의료 최일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진들의 바라보던 병실의 보호자들도 고마운 마음을 담아 방역에 힘을 보탰다.

코로나19는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는 물론, 시민들에게 이르기까지 대구 전체를 변화시켰다.

코로나19 국내 전체 확진 환자의 대다수가 대구에서 발생했지만, 누구 하나 탓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돕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많다.

전국 각지에서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업체들도 손을 모으고 있다. 착한 임대인들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지역업체나 단체의 기부뿐만 아니라 익명의 시민들이 보내온 기부 물품의 종류도 가지 각색이다. 포스트잇 위에 꼭꼭 눌러쓴 감사와 응원의 편지글과 함께 직접민든 도시락과 반찬을 함께 보내오기도 했다.
 

[사진=대구가톨릭대병원 제공]

얼마 전, 수도권에 거주하는 한 독지가는 수고하는 의료진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대구가톨릭대병원에 5천 만원을 기부했다. 한 철강 무역 회사도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2천만 원을 전달했다. 일반 시민과 병원 교직원까지 상당한 금액의 기부가 이어졌다.

최정윤 대구가톨릭대병원장은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과 수고하고 계신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하루속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바라며, 환자와 교직원들의 안전은 물론 관계 당국의 협조로 충분한 인력과 물자 수급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아름다운 나눔은 대구시 전체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2월 28일 대구 달서구에 보건용 마스크 3000장과 손소독제 600개를 기부했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자동차부품 생산 기업인 이래그룹이 노사공동으로 성금 1억2000만원을 모아 대한 적십자 대구지사에 전달했다.

또 대구에서는 임대료 인하 운동도 확대되고 있다. 대구 달서구 월배 신시장의 건물주(서종현)가 본인 소유의 14개 점포에 대해 월세 40%를 인하했으며, 와룡시장의 건물주(김복식)는 5개 점포의 월세 50%, 서남신시장의 일부 건물주(이학, 신동찬, 김대열, 변경자)들도 월세 50%를 인하하는 등 임대인과 임차인 간 상생의 길을 만들고 있다.

암흑 같은 대구에 '대구-광주 달빛 동맹'도 빛을 발하고 있다. 광주 지역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구시에 선뜻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전달했고, 대구지역에 병상이 부족하자, 경북, 경남, 부산 등 인근 지역에서도 병상과 생활치료센터를 선뜻 내주고 있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여서 일까. 기승을 부리던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시민 여러분의 인내와 절제 덕분에 그동안 급증하기만 했던 확진자 증가세가 조금씩 꺾이고 있다. 이번 주말을 지나면, 감소세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시민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전사임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힘든 대구, 경북 등 대한민국에 수많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고생하는 의료진에게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건강 잃지 마시고 대구를, 대한민국을 구해주세요". "힘내라 대구, 힘내라 대한민국" 등 따뜻한 마음이 모아지고 있다.

대구는 봄을 기다리고 있다. 아니, 봄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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