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난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부문 대표는 쌍용화재(현 흥국화재)에서 시작해 투자자문사와 운용사를 두루 거친 베테랑 펀드매니저다.
그는 다양한 회사를 거치며 쌓은 경험을 통해 독립적 가치판단에 따른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배웠다고 강조했다. 배당주와 장기투자에 강점을 가진 베어링자산운용에 합류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베어링자산운용의 최대 장점이 장기적 가치투자에 있다고 설명했다. 베어링운용으로 이직을 결심한 것도 이러한 회사의 비전과 최 대표의 투자철학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과거 금융투자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은 쉽게 말하자면 '잘나가는 종목을 담자'는 것이었다"며 "2010년 초에는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2014~2016년에는 화장품 등 중국 내수주 등에 우르르 몰려가는 방식의 투자들이 많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싸고 가능성 있는 주식들을 오랜 기간 보유해 수익으로 돌려주는 투자를 하고 싶었다"며 "베어링의 경우 장기투자의 철학이 확립된 곳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소신과 잘 맞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실제 베어링운용의 경우 펀드 내 자산의 회전율은 업계 평균 대비 낮다. 펀드 운용 매니저들의 경력도 다른 회사들보다 길다. 한번 고른 종목은 쉽게 바꾸지 않고, 외부 인사의 수혈보다는 내부 육성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베어링운용 특유의 투자 철학이 이러한 특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장기투자, 가치투자를 위해서는 종목을 고르는 눈과 함께 독자적인 가치평가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다른 회사들의 경우 잘한다 싶으면 서둘러 펀드 운용을 맡기지만 베어링운용의 경우 오랜 기간 회사 철학을 체화하는 시간을 둔다"고 말했다.
베어링운용의 이러한 투자 철학은 시장 흐름이 한쪽으로 쏠릴 때에도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비결이었다. 과거 중국 내수주, 특히 화장품 기업에 대한 투자 열기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 오히려 저평가된 대형 가치주를 장기간에 걸쳐 매수해 성과를 냈다.
최 대표는 "회사 정관에 '화장품' 세 글자만 넣어도 주가가 뛰던 시기였다"며 "내부적으로 은행이나 정유화학, 철강 기업 등 대형주들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6개월에 걸쳐 이런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고 크게 시세차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경험을 통해 시장의 흐름과 관계없이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낮을 때 사고, 높을 때 파는 가치투자 철학이 옳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펀드를 운용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