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훈의 투어웨이] 노란 리본과 함께한 임성재, 니클라우스와 아이의 약속

2020-03-04 06:00
  • 글자크기 설정
임성재가 노란 리본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희소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였다.
 

노란 리본을 단 임성재 [사진=연합뉴스 제공]


임성재(22)는 3월 2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팜 비치 가든스에 위치한 PGA내셔널챔피언스코스(파70/712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 84억8400만원) 최종 4라운드 결과 버디 7개, 보기 3개를 엮어 4언더파 66타,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26만 달러(약 15억2000만원).

이날 우승한 임성재는 고난이 많았다. 뒷심부족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녔다. 3라운드와 4라운드에서 흔들리며, 우승을 번번이 놓쳤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사흘 내내 베어트랩을 연구했다. 걸려도 보고, 넘어도 봤다. 그 결과 최종 4라운드 베어트랩을 슬기롭게 지나갔다.

임성재는 마침내 생애 첫 PGA투어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8홀 내내 그의 모자에는 노란 리본이 함께했다. 사람들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했다. 이 리본은 '플레이옐로(Play Yellow) 캠페인에 동감한다’는 뜻이다.

시간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미국)다. 니클라우스는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소년 크레이그 스미스(미국)를 만났다. 스미스는 니클라우스의 아내 바바라 니클라우스(미국)가 다니던 교회 목사의 아들이다.

스미스는 희소 뼈암(Ewing Sarcoma) 진단을 받았다. 이를 딱히 여긴 니클라우스는 스미스와 자주 만났다. 우승을 한 니클라우스에게 스미스는 “행운이 깃든 노란색을 입었기 때문에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미스는 1971년 6월 13살의 나이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니클라우스는 이때부터 노란색을 사랑했다. 그는 PGA투어 통산 73승을 거뒀다. 최종 4라운드 붉은색을 즐겨 입는 타이거 우즈(미국)처럼 니클라우스는 노란색 티셔츠와 카디건을 즐겨 입었다.
 

행운이 깃든 노란색을 입고 라운드를 즐기는 황금곰 잭 니클라우스 [AP=연합뉴스]


이를 계기로 니클라우스는 플레이옐로 캠페인을 시작했다. 플레이옐로 캠페인은 두 가지 행사를 진행한다. 첫 번째는 가족 골프의 날이다. 매년 6월7일을 플레이옐로 가족 골프의 날로 지정했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를 골프장에 데리고 가서 노란색을 입고 라운드를 즐기고 기부하는 문화다. 기부금은 지역 아동병원을 지원하게 된다.

두 번째는 혼다클래식이다. 대회에서 플레이옐로 캠페인을 전개한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부로 대회장을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임성재는 우승 직후 “한국에서 많은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한국 선수로서 한국인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소식을 전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플레이옐로를 상징하는 노란 리본을 모자에 달고 말이다. 친절한 성재씨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마음도 참 착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