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안(약 850원)짜리 항공권이 등장할 정도로 항공사 간 출혈 경쟁이 극심해지면서 지난달에만 6조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배춧값' 항공료에 손실 눈덩이
3일 제일재경일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항공업계의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370억 위안(약 6조3300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중국 내 지역 간 이동 제한으로 항공편 이용객이 급감한 게 직격탄이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달 10일 이후 기업의 조업 재개와 직원들의 정상 출근을 허용했지만 공장 가동률은 30~40%대에 불과하고 상당수의 직원이 여전히 재택 근무 중이다.
추롄중(邱連中) 중국민항관리간부학교 교수는 "이달에도 항공업계의 매출 감소액이 350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4~5월까지 이어진다면 연간으로는 1000억 위안에 육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구조이지만 항공사들은 당장 필요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헐값으로라도 항공권을 판매할 수밖에 없다.
또 운항편이 감소하면 중국 민항국이 기존에 배정했던 노선을 회수하고, 한번 빼앗기면 되찾아 오기도 어렵다.
지난 1일의 경우 중국 국내선 운항이 1만6900편 편성됐지만, 이 중 절반 가까운 8514편이 취소됐다. 취소율이 높은 항공사는 민항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선전항공은 오는 4일 출발하는 선전~청두 노선의 항공권을 5위안에 판매했다. 평소 가격은 1000~1500위안 수준이다. 모바일 앱에 표시된 할인율은 100%, 사실상 공짜 표다.
중국에는 '배춧값(白菜價·굉장히 저렴한 가격)'이라는 표현이 있다. 우리의 땡처리나 껌값과 비슷한 뜻이다.
지난달부터 중국 각지를 연결하는 국내선 노선에 배춧값 항공권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주 상하이와 쓰촨성 청두를 오가는 노선의 최저 가격은 69위안으로 할인율이 97%에 달한다. 최대 도시인 베이징과 상하이 간 노선의 최저 가격도 200위안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저가항공사, 출혈경쟁에 고사 위기
국유 기업인 대형 항공사는 이 같은 출혈 경쟁을 견딜 수 있지만 대부분이 민영 기업인 저가항공사는 고사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4일 출발 기준 저가항공사인 주위안(九元)항공의 광저우~충칭 노선 최저 가격은 89위안이다.
에어차이나와 남방항공이 해당 노선 가격을 100위안까지 낮추자 울며 겨자 먹기로 출혈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저가항공사 간의 생존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저가항공사인 춘추(春秋)항공과 라이벌로 꼽히는 지샹(吉祥)항공은 상하이~쿤밍 노선 가격을 똑같이 99위안으로 제시했다. 비행 시간이 3시간40분인 점을 감안하면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제일재경일보는 "조업 재개와 정상 출근이 시작된 지난달 항공기 이착륙 횟수는 1월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었다"며 "대형 항공사는 매일 1억 위안이 넘는 적자를 보는 중이며 중소형 항공사의 적자 규모도 하루 평균 수천만 위안에 달한다"고 우려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항공업계의 매출 감소액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 총액의 절반에 이른다"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동안 이어진 항공업계의 흑자 행진이 중단될 위기"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3년 중국이 민영 항공사 설립을 허용한 뒤 저가항공사들이 난립해 일각에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종식되지 않으면 도산하는 항공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