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곗바늘이 자정을 가리키면 문앞에 기다리던 쇼핑객들이 전투적으로 상점에 들이닥쳐 손에 잡히는 대로 카트에 담는다. 몇 안 남은 세일 상품을 차지하기 위해 몸싸움이 벌어지는 건 다반사다.
그러나 이런 아수라장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소비자들이 점점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어서다.
소비자들은 힘들여 줄을 설 필요도, 몸싸움을 벌일 필요도 없다. 방에 누워 스마트폰을 켜고 몇 번 화면을 두드리기만 하면 원하는 물건을 집앞으로 배송받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쇼핑 패턴이 변화하면서 가장 고전하는 건 전통적인 오프라인 소매업체들이다. 170년 전통의 미국 최대 백화점 메이시스가 2년 안에 125개 매장을 폐점하겠다고 선언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
125년 전통의 미국 백화점 시어스와 100년 역사의 바니스 뉴욕 역시 잇따라 몰락했고, 아동의류 전문점 짐보리, 한인 성공신화로 유명한 포에버21도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한 기업들은 브랜드, 전문점, 대형마트, 백화점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사나운 경쟁을 벌여야 하는 데엔 예외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019년 미국에서 문을 닫은 매장 수가 9300개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는 통계가 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런 현상을 두고 '소매업의 종말(retail apocalypse)'이라고 진단했다.
소매업 종말의 배경으로는 배경에는 온라인 쇼핑의 확산, 쇼핑몰 포화와 임대료 상승, 가계 소득 정체, 경험 위주의 소비 트렌드 등이 꼽힌다.
그러나 모든 소매업체들이 내리막을 걷는 건 아니다. 글로벌 명품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이 운영하는 화장품 판매업체 세포라의 경우 올해 신규 매장을 100개 더 열겠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몰입하고 즐겁게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 게 지속적인 성장의 비결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외형적 성장에 집중하기보다 즐거운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밖으로 불러낼 수 있어야 외형적 성장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