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진상범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A씨가 정부와 검찰 수사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2016년 고교 동창인 김형준 전 부장검사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포토라인에 세워져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공인이 아닌 피의자가 호송 중 사진 촬영을 당하는 경우, 수사관이 피의자의 얼굴 등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신체적 표지를 가려줄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내리며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 형사소송법상 비밀엄수 규정 등을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서 “피의자는 일단 초상이 촬영되면 사진이 공개될 즉각적 위험에 노출되고, 그 피해는 회복하기 어렵다”며 “옷가지 등으로 안면을 가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므로 호송 업무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인의 개념에 대해서도 규정했다.
재판부는 '신원을 공개할 공공의 이익이 피의자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을 유지할 이익보다 우월해 언론의 공개가 허용되는 자가 공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법원은 얼굴을 가려주지 않았다고 해도 불법 책임을 물으려면 피의자의 요구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초상권 침해는 사람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이나 상황 등에 따라 정신적 피해의 유무와 정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어 수사관이 절박한 정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어떤 피의자는 점퍼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보도되는 것을 더욱 굴욕적으로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초상의 노출을 감수하고라도 적극적으로 언론에 입장을 밝히려는 피의자도 있을 수 있다”며 “따라서 피의자가 얼굴 등을 가려줄 것을 요청하는 등의 상황에 한해 고의·과실이 있는 불법행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A씨가 도피 도중 언론사 기자에게 연락하기도 하고 당시 포토라인에서도 여러 질문에 답변했다는 점에서 수사관들의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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