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OCI는 지난해 영업손실 1807억원을 기록하면서 5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과잉과 시장 악화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2조6051억원으로 2018년보다 16.3% 감소했으며 당기순손실은 8093억원에 이른다.
결국 OCI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중단을 결정했다.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설비 보완과 설비 가동 규모 축소를 위해 군산공장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20일부터 2·3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1공장은 태양광 대신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으로 바꿔 5월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군산공장 3곳에서만 연 5만2000톤(t)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생산됐던 점을 고려하면 OCI가 태양광 사업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택중 OCI 사장은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태양광 시장 규모는 2018년 15%가량 성장했지만 폴리실리콘 공급과잉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며 "2009년 이후 폴리실리콘 시장 가격은 87% 하락했으며, 원가 절감을 기대하기 힘들 뿐 아니라 시장 가격도 반등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반도체 사업 기대감에 ‘반짝’ 효과
적자전환과 군산공장 중단 소식을 동시에 전한 11일 OCI의 주가는 치솟았다. 이날 OCI는 전 거래일보다 11.88% 오른 6만590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는 상승 폭이 14.26%까지 커져 6만73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OCI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OCI의 전망에 대한 기대도 반짝 상승했던 것이다. 다만 다음날 장 초반 강세를 보이는 듯했으나 곧 하항 곡선을 그렸다. 이후 3거래일 연속 하락했으며 이날(17일) 오전에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용등급이 강등될 위기에도 놓였다. 한국기업평가는 OCI가 지난해 영업실적이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났다며 ‘신용등급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 OCI는 현재 'A+/부정적‘ 등급을 보유하고 있으며, 검토 대상에 오른 것은 신용등급하향조정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번 대규모 유형자산 손상차손이 다시 발생할 가능성은 작지만 주력 사업부문인 폴리실리콘의 사업경쟁력 약화를 고려해 단번에 비용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사업안정성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기평은 OCI가 확정 실적을 공시하면 이를 바탕으로 상세 영업실적과 사업구조, 재무안정성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예정이다.
다만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군산공장의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OCI의 투자의견을 ‘매수(BUY)’에 입을 모았다.
KTB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중립(HOLD)'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하고 “자산상각에 따른 감가비 축소와 말레이공장 원가 개선, 국내 반도체급 폴리실리콘 판매 확대 등으로 실적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공장은 원가 절감 시 중국 업체와 경쟁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래에셋대우도 목표주가를 11% 올려 10만원으로 설정하고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OCI는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대신 원가 경쟁력이 높은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성을 개선하고 원가를 절감해 중국 저원가 업체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수익성이 높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1분기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지만 폴리실리콘 시황회복 모멘텀이 보다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OCI가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반도체 소재의 산업 밸류에이션 적용하기엔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올해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1000t을 시작으로 2022년 5000t까지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나 상용화까지는 불확실성이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증권도 “국내 공장 가동 중단과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으로 올해 적자폭은 감소하겠지만 사업중단과 관련된 비용 가능성으로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 흑자는 2021년이 돼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시활 개선으로 전방 웨이퍼 업체들의 신규 증설이 본격화되고, 소재 국산화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기회는 충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