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의료자문, 금융당국 직접 나서야"

2020-0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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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연구원 "현행 의료자문제도 개선 필요"

보험사와 고객 간 보험금 지급 논란을 줄이기 위해서 금융당국을 통한 의료자문 절차나 보상자문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백영화 보험연구원(KIRI) 연구위원은 9일 '의료자문 관련 규제 강화시 고려사항' 보고서를 통해 "현행 의료자문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기구나 자문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의료자문제도는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보험가입자의 부상질환에 대해 전문의의 소견을 묻는 제도다. 당초 보험사기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문제는 이 같은 의료자문제도가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 삭감이나 거절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가 자신에게 유리한 의견을 내주는 자문의에게 소견을 받은 후 고객에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식이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의료자문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생명보험사가 의료자문 후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비율이 62%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실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은 자문의 소견서가 보험사의 보험금 부지급 근거로 활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의료자문과 관련된 설명을 의무화하고 의료자문 내역을 공시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왔다. 그러나 아직은 객관성·공정성 측면에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백 연구위원의 제언은 소비자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금융당국이 개입해 객관성·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의료자문 관련 규제 강화가 정당하게 진행되는 보험금 심사 활동까지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허위 또는 과다 입원·진단 등으로 보험사기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자문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손해보험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3732억원으로 전년 동기 3622억원 대비 110억원(3.04%)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실적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상반기 추세를 유지할 경우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백 연구위원은 "정당한 보험금 심사와 의료자문 제도 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은 결국 높은 손해율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결국 보험사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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