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스페셜 칼럼] 신종코로나 사태와 중국의 미래

[김상순 이사장]

올해는 개혁개방의 설계자인 덩샤오핑(邓小平)이 그토록 바라던 ‘샤오캉사회(小康社会)’ 즉 ‘먹고 사는 문제의 해결’을 완수하는 해이자, 시진핑(习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3월 ‘양회(两会)’를 통해 집권하며 주창했던 ‘중국의 꿈(中国梦, 중국몽)’ 1차 목표를 달성하는 해이다. ‘샤오캉사회’ 달성은 중국인들의 오랜 숙원이며, 중화민족의 부흥이 시작되는 원년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그러나 개혁개방 40여 년의 성적을 기반으로 올해 중국몽 1차 목표를 달성하고,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에 대규모의 자축 잔치를 준비하던 중국공산당(中共, 중공)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1월초부터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汉)시에서 발병하여 중국 전역과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공은 암울한 한 해를 맞이할 전망이다.

우한 신종코로나 글로벌 확산, ‘샤오캉사회’ 달성의 ‘중국몽’ 잔칫상 뒤엎나?

작년 6월 9일부터 이어졌던 홍콩시위를 기점으로 ‘홍콩인권법’, ‘위구르인권법’, ‘대만보증법’이 연이어 미국 의회를 통과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었다. 또한 겨우 1차 협상을 마친 미중 무역전쟁은 올해도 중국의 큰 고민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장애들이 외부적 문제이기 때문에 내부 단결용으로 활용할 수 있고, 2020년 ‘샤오캉사회’ 완성, 중국몽 1차 목표달성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삼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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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한발 신종코로나 사태 발생과 초기 대응 미흡으로 중국 전역과 전 세계에 바이러스를 전파한 과오로 인해, 중공은 국내 통치력과 국제관계 신뢰성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감추기 급급했던 초기 무능한 대응으로 순식간에 중국전역으로 퍼져나가 희생자를 키운 것과, 바이러스 수출국이라는 불명예는 향후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를 제한할 것이다.

작년 12월 30일 우한시 위생건강위원회는 긴급발표를 통해 우한시 화난(华南)수산물도매시장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발생을 발표했다. 11월 30일부터 우한시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상인들을 중심으로 모두 27명의 환자가 격리 치료 중이고, 7명은 위중하나, 나머지는 호전 증세가 있고, 2명은 조만간 퇴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때가 조기 방역의 적기였지만, 우한 시정부와 허베이 성정부는 사태를 숨기면서 황금방역의 기회를 놓쳤다.

우한대학 의학부의 한 전문가는 익명 발표에서 폐렴 바이러스는 생선이 아닌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 옮겨진다며, 화난수산물도매시장 안에 있는 야생동물 상점들을 의심했다. 이 시장에는 생선 이외에도, 살아있는 고양이, 개, 뱀, 자라, 닭, 꿩, 토끼, 원숭이, 설치류 일종인 타르바간(토굴쥐), 게다가 열악한 위생환경에서 동물들의 내장을 팔았다.

우한시는 당시 모든 인원을 동원하여 대응작업을 하고 있으니, 각 관련기관은 원인불명의 폐렴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사례를 조사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북경에서도 위생건강위원회의 전문가들을 우한에 파견했다. 그러나 우한시와 북경에서 파견된 전문가들의 안일한 진단으로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 오히려 정확한 진단을 했던 우한의 현장 의료진들을 유언비어 날조 혐의로 체포하여 취조하고, 강압적으로 훈계서(训诫书)를 강요하는 과오를 범했다.

우한의 영웅, 당국이 제갈량으로 불렀던 의사 리원량(李文亮) 하늘의 별이 되다

우한중심병원(武汉中心医院)의 안과의사 리원량(李文亮)은 우한에서 신종코로나의 발발을 작년 12월 30일 최초로 의과대학 동문 SNS 그룹방에 알렸다가 올해 1월 1일 유언비어 날조로 공안에 잡혀가 조사를 받았고, 1월 3일 훈계서(训诫书)를 쓰고 풀려났다. 리원량 이외에도 같은 사실을 알렸던 7명의 의료진도 같은 대우를 받았다. 훈계서를 쓰고 병원에 복귀하여 환자를 치료하던 리원량은 신종코로나 환자에게 감염되어 2월 6일 오후 9시 30분경 세상을 떠났다. 우한 당국은 리원량의 죽음을 2월 7일 새벽 2시 58분경으로 수정했고, 중국네티즌 중에는 그의 죽음이 정치적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리원량을 담당하던 의사가 중증 호흡부전에 대해 일시적으로 체외순환을 시행하여 호흡 보조장치인 ECMO(체외막산소공급) 사용을 요구했으나 당국이 거부했고, 리원량의 심장박동이 멈춘 지 20분 뒤에 능청스럽게 동의했다는 내부고발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다시 30분이 지나자 의사들이 시간이 없다며 ECMO 장치 사용을 재차 요구했지만, 당의 회답을 기다려야 한다며 거부했다는 내용이다. 중국네티즌들은 “죽음도 빨리 죽어도 안되고 당의 허가를 받으면서 죽는 거냐”며, “리원량을 구할 수 있었으나 살해당한 것이다”라며 분노했다.

중국인들은 영웅이 사라졌다며 리원량의 죽음을 애도했다. 우한의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서 신종코로나 사태 발생 이래 매일 저녁 8시에 소등한 뒤, 주민들이 창을 열고 함께 중국국가와 “우한 자요우(武汉加油)”를 외쳐왔지만, 7일은 리원량의 이름을 부르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신종코로나로 인적이 끊어진 눈이 쌓인 도로에 “송별 리원량(送别李文亮)”이라는 글자를 쓰고, 자신의 몸으로 느낌표를 대신하여 리원량을 추모한 베이징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

리원량은 5살 아들과 임신한 아내를 남겨두고 불과 34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리원량은 의사에서 유언비어 유포자로, 다시 당국으로부터 ‘제갈량’의 별명을 얻었지만, 환자를 치료하다 1월 10일부터 기침 시작, 12일 입원, 14일 격리병동 이동, 24일에 비로소 확진 검사, 2월 1일 확진 판결 이후 5일만인 6일 사망했다.

중국국가감찰위원회(中国国家监察委员会)는 우한시로 조사단을 파견하여 리원량 문제에 대해 전면조사를 결정했다. 우한시와 허베이성이 1월 초에 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기에 대응했다면 조기 방역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중국 네티즌들은 우한 시정부와 후베이 성정부를 성토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감찰조사단 파견은 악화된 우한시와 후베이성 및 중국전역의 악화된 민심을 다독이려는 것이나, 조사결과가 미흡하면 인민들의 불만은 증폭될 것이다.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로 중공의 체제위기 도래하나?

2월 6일 홍콩의 한 언론은 인권운동가이자 학자인 쉬즈융(許志永)이 SNS에서 ‘사퇴를 권고하는 편지’라는 제목으로 “시 주석 당신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국민들의 바람이니, 빨리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인권운동으로 유명한 쉬즈융의 논점은 사실 새로운 것은 없다. 그러나 쉬즈융의 주장이 신종코로나 사태로 민감해진 중국인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칭화대 법학과 쉬장룬(許章潤) 교수는 홍콩언론을 통해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글을 발표했다. 이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30년 중국개방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됐고, 30년 관료통치시스템도 무너지고 있다. 둘째, 중국관료들은 시 주석에게 과잉충성하고 사치와 방탕한 생활에 빠져 민생은 전혀 관심이 없다. 셋째,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로 분노한 인민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 넷째, 공산당 정권 쇠퇴는 이미 시작됐고, 중국의 입헌정치 수립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공이 쉬 교수의 글을 차단했지만, 많은 중국인들이 VPN 등으로 쉬 교수의 논점을 공유했을 것이다. 한 조직의 리더가 어떠한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서 전체 조직원들의 희생과 대가가 얼마나 큰지를 알려준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는 중국뿐 아니라 모든 위정자들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신종코로나 사태는 중공이 체제위기를 우려할 정도로 판이 커졌다.

2020년 인민의 증폭된 불만, ‘타키투스 딜레마’에 직면한 중공의 도전과제

필자는 작년 11월 6일자 본지 칼럼에서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의 체제적 장점을 주장하는 시진핑 체제는 2020년에 ▲경제적 측면의 ‘중진국 딜레마’ ▲국제관계적 측면의 ‘투키디데스 딜레마’ ▲국내정치적 측면의 ‘타키투스 딜레마’라는 3가지 딜레마의 도전에 직면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올해 중공에게 가장 위험한 도전은 내부로부터 발생될 ‘타키투스 딜레마’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려했던 전망이 우한 신종코로나와 함께 중국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타키투스 딜레마’의 핵심은 한 번 잃어버린 불신은 거의 만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공은 이번 우한 신종코로나 사태로 지금까지 튼튼했다고 여겼던 중공의 국내 통치체제에 누수가 생기기 시작했음을 감지했을까?

전염병으로 인한 생명의 위협에 직면한 중국인민들의 태도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저장성(浙江省) 당서기가 자신이 관할하는 한 농촌 마을을 방문했지만, 신종코로나 사태로 마을 입구를 봉쇄하던 두 농민에 의해 여지없이 출입이 거부되었다. 중소도시의 시장이 한 아파트를 방문했지만 아파트 경비원에 의해 단번에 출입이 거부되었다.

중국에 신종코로나 발생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사회현상이 출현했다. 첫째, 지역이기주의가 공산당 통치권위를 제압했다. 생명의 위협 앞에서 외부인은 절대 출입을 금한다는 마을사람들의 결정이 막강한 중공의 통치체제와 권위를 무시하는 중요한 사회적 변화가 나타났다. 둘째, 지역차별주의의 출현으로 내부결속력이 무너졌다. 우한시 시민과 후베이성 주민들은 다른 성과 시에 있는 중국인들에게 집단구타와 신고를 당해 정신적 모멸감과 깊은 상처를 받았다.

셋째, 공산당 체제의 부정부패에 대한 불만은 불신으로 증폭되었다. 우리의 적십자사 역할을 하는 홍십자회의 만행과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은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공산당 체제의 근본적 불신을 초래했다. 넷째, 공산당 체제의 관리시스템이 거부되었다. 홍십자회의 부정부패에 화가 난 기부자들이 기부물품을 기존 방식인 홍십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병원으로 전달했다.

다섯째, 전국에서 감염자의 고의적인 바이러스 전파와 같은 사회보복 현상이 출현했다. 헤이롱장성 고급인민법원을 필두로 고의적인 바이러스 전파자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사형에 처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사회보복 현상은 모방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여섯째, 신종코로나에 감염되어 일가족 혹은 가족 희생자 발생으로 가정파괴 현상이 출현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우한사태 수습 이후에도 한동안 사회혼란 수습은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한다는 중공의 사회통제정책에 대한 인민의 불만과 체제에 대한 저항이 출현한다면, 발전 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중국경제에 가장 큰 장애요소가 될 것이다. 중국도 이제 국내 사회문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김상순박사ChinaTV’(유튜브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