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베이징으로 돌아가는 길...촘촘한 방역 관리 현장

2020-02-09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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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복귀 위해 필사적으로 베이징 가는 1000만명

승객 수는 크게 줄었지만...공항·기차·고속도로 촘촘한 방역망 거쳐야

톨게이트 통과만 2시간... 체온 측정에 신분 검사까지

“베이징행 비행기에는 ‘후베이(湖北)성 출신 전용 좌석’이 생겼다. 승객들이 띄엄띄엄 앉아있는 기차 안은 침묵만이 흐른다. 베이징으로 들어서는 톨게이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4배 이상 긴 시간이 소요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공포가 커지면서 달라진 중국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의 귀경길 모습이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최근 유난히 길었던 춘제 연휴를 마치고 업무 복귀를 위해 필사적으로 베이징으로 돌아온 이들의 여정을 상세히 소개했다.

◇후베이 출신 전용 탑승 구역부터 전용 좌석까지…

지난 2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에서 춘제 연휴를 보낸 상양(向洋)은 베이징으로 돌아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중국의 춘제 휴가는 지난달 30일까지였다. 중앙정부는 춘제 휴가를 2월 2일까지 연장했고, 이에 베이징 당국은 9일까지 1주일 더 연장했다. 그럼에도 상양은 업무 복귀 준비를 위해 이날 귀경을 결심했다.

다만 상양은 ‘42’로 시작하는 자신의 신분증번호가 걱정됐다. 42는 후베이성 출신인이라는 뜻이다. 상양은 “후베이성 출신인들에게는 유독 검사가 까다롭다고 들었다”며 “비행기 탑승 전까지 매우 긴장되고 걱정됐다”고 말했다. 후베이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로 현재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자의 70% 이상이 이곳서 확인됐다. 

실제 상양은 비행기 탑승 직전 후베이성 전용 탑승 구역으로 가야만했다. 그는 그곳서 본인이 후베이성 출신이지만 줄곧 청두에서 살았고, 이번 춘제도 청두에서 보내고 돌아가는 길이라는 점을 확인 받은 뒤에야 일반 탑승 구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상양은 “비행기 제일 뒷 좌석 세 자리는 후베이성 출신인들을 위한 좌석이었다”며 “만약 후베이성 출신으로 후베이성에서 춘제를 보낸 사람이라면 일반 좌석과 간격을 두고 앉게 되는 그 자리에 앉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행기 안에 승객은 생각보다 적었다. 상양은 “60~70%만의 좌석만 채워졌고, 승객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했다.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서도 사람이 평소보다 적어서 택시를 잡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상양은 "공항에서 택시를 잡고 집까지 돌아가는데 평소보다 시간이 덜 걸렸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로 춘윈(春運·춘제특별운송기간) 귀경 절정기인 2월2일부터 2월18일까지 비행기, 기차 등 이용객이 크게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베이징시 교통위원회에 따르면 해당 기간 국내선 항공기를 이용해 베이징으로 들어오는 승객은 71만4200명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 비해 73.8% 가량 줄어든 것이다. 기차를 이용해 베이징으로 오는 이들도 전년 동기 대비 약 74.2% 줄어든 206만200명 수준으로 예상됐다.
 

베이징 한 기차 역에서 승객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베이징행 열차···‘침묵’을 싣고 가네

기차 이용객이 크게 줄었단 점은 쉬닝(許甯)의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춘제 연휴 고향 랴오닝(遼甯)성 진저우(錦州)에서 시간을 보낸 쉬닝은 지난 1일 베이징행 기차를 타러 가는 내내 긴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기차역에서 혹여 전염병이라도 옮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탓이었다.

그러나 그의 걱정은 기우였다. 기차역에 도착한 그는 입구에서부터 체온을 측정하고 수하물 검사를 해야 했지만, 사람이 적어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쉬닝은 “대합실에 들어서니 더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기다리는 승객이 매우 적은 데다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 때문. 그는 "대합실의 모든 사람들은 서로 1~2m 가량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기차 내부도 거의 텅텅 비어 있었다. 간격을 두고 좌석에 앉은 승객들은 과거 춘제 이후 귀경길과는 달리 서로 말 한 마디도 주고받지 않았고, 짐을 풀고 기차 안을 돌아다니는 일도 없었다고 한다.

쉬닝은 “체온 검사나 신분검사 등 기차 탑승과 출입구 통과 등을 위해 거쳐야 할 단계는 지난 춘제에 비해 2배 이상 많았지만 사람이 적어 오히려 시간은 단축됐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고속도로 위에서 차량 탑승자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사진=신화통신]

◇차밖에서 승객들 일일이 체온 체크.. 400m 가는 데 2시간

비교적 수월한 귀경길을 보낸 비행기와 기차 이용객에 비해 자가용을 이용한 귀경객은 차 안에서만 몇 시간을 대기해야 하는 등 고통을 견뎌야 했다. 왕리(王麗)의 얘기를 들어보자. 

허베이(河北)성 창저우(滄州)에서 베이징까지 거리는 단 210km. 보통 2시간 30분이면 가는 이 거리를 올해는 8시간이 걸려서 이동했다고 왕은 설명했다. 고속도로 출입구에서 진행된 촘촘한 방역 관리 때문이다.

그는 “창저우를 빠져나오는 고속도로 입구에서 방역복부터 고글, 마스크까지 무장한 검사요원들이 차량에 있는 모든 사람을 하차 시켜 일일이 체온을 측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도로는 막히지 않았지만 베이징 리셴 톨게이트를 빠져나가기 직전 또 다시 '거북이 주행'이 시작됐다. 왕리는 "400m를 이동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톨게이트에서는 체온 측정과 신분 확인, 춘제 기간 중 거주 지역과 기간 등을 빠짐없이 기재해야 했다”고 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베이징 교통당국은 “철도 예매 기준 춘제 전 베이징을 떠난 인구가 1000만명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귀경하지 않은 이들은 590만명 이상”이라며 “베이징시가 지정한 춘제 마지막 날인 9일이 절정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예방을 위해 고속도로 위에서 버스 탑승자 체온을 측정하는 모습. [사진=신화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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