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지만, 당국으로부터 처벌을 받고 끝내 이 병에 걸려 7일 새벽 숨진 의사 리원량(李文亮)을 추모하면서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가 낸 사평의 일부다.
관영언론이 당국의 처벌을 받은 이를 옹호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중국 대중이 리원량의 죽음을 가슴 아파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3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 떠난 中 영웅
그러나 리원량은 그의 친구 7명과 함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중국 공안당국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훈계서에 서명해야 했다. 훈계서에는 “불법 행위를 계속할 경우 법률 제재를 받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중국 관영 CCTV는 사스 확산설을 퍼뜨린 이들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체포됐다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소문을 날조하는 불법 행위를 무관용 원칙으로 다스려야 한다"고 비난까지 했다.
병원으로 돌아온 리원량은 환자들 치료에 전념했다. 그러다 1월10일 신종 코로나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다음날엔 열이 나 입원했다. 그는 지난 1일 웨이보를 통해 “오늘 핵산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며 “드디어 확진이란 결과가 나왔다”는 글을 올렸다. 증세를 보인지 무려 20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은 셈이다. 이후 일주일만인 7일 그는 34세의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많은 중국인들은 그의 사망 소식에 슬퍼하며 분노하고 있다. 리원량은 의사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 전염병 확산 상황을 알리려 했을 뿐인데, 말도 안되는 훈계서에 서명을 하고 목숨마저 잃었다며, 공안 당국은 사과해야 한다는 글이 인터넷에서 쏟아지고 있다.
◇中 언론과 마지막 인터뷰서 "회복되면 다시 일선으로… 환자 돌볼 것”
그의 사망이 더 안타까운 것은 사망 이후 전해진 리원량 가족들의 상황이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원량에겐 아내와 다섯 살 아들이 있는데, 아내는 임신 중이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우한이 아닌 처가에서 지내다 우한 봉쇄로 돌아오지 못했다. 게다가 그의 부모 마저 병원에 입원해 있어 장례 준비조차 막막한 형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건강을 회복해 환자를 돌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었다. 리원량은 지난달 30일 중국 매체 차이신(財新)과 원격 인터뷰를 통해 “회복하고 나서 다시 의료 일선으로 가려고 한다”며 “현재 질병이 확산 추세에 있다. 탈영병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에서는 한 목소리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중국 당국에도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억울한 누명을 벗는 것은 나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고 했다.
다수 중국 네티즌들은 리원량의 마지막 인터뷰를 공유하며 “가장 밝은 별이 졌다”고 그를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