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국유 석유화학회사인 시노펙(중국석화)이 지난 6일(현지시각) 산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올린 긴급 공지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덮친 중국 전역에 마스크 물량이 얼마나 딸리는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 최대 마스크 생산기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현재 중국 일일 마스크 생산량 2000만개다. 춘제 연휴로 중국 전역 마스크 공장 가동율은 60%에 불과한데도 상당한 생산량이다. 하지만 그중 의료진들이 주로 쓴다는 N95마스크 생산량은 60만개에 그치고 있다.
7일 중국 21세기 경제보에 따르면 시노펙이 마스크 생산에 나선 건 중국 국무원의 위탁을 받아서다. 시노펙은 일주일내 마스크 제조 생산라인을 구비해 본격적으로 마스크 생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국무원이 뜬금없이 시노펙에 마스크를 생산하라고 지시한 건 아니다. 보건용 마스크의 오염 물질을 걸러주는 필터는 폴리프로필렌이란 수지를 특수처리해 만드는데, 바로 이 폴리프로필렌의 주요 공급자가 시노펙이다.
게다가 시노펙은 산하에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드는 멜트블로운(melt-blown) 부직포도 생산한다. 멜트블로운은 마스크의 필터 역할을 하는 ‘심장’이라고 불리는 소재다.
시노펙은 또 마스크 원자재 수급이 원활하도록 이달에만 폴리프로필렌 등 8만톤 의료 보건용품 원자재 생산에 박차를 가해 각 지역의 의료품 제조업체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같은 날 애플 아이폰 최대 조립부품 회사인 폭스콘도 의료용 마스크 생산에 돌입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대만 연합보에 따르면 폭스콘은 이달 말까지 계속 마스크 생산라인을 확충해 하루 200만개 출하하는 생산라인을 완비한다는 계획이다.
◆임금 3배로 얹어서 24시간 작업하는 마스크 공장들
중국 각지 마스크 공장에서도 춘제 연휴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에게 최대 3배 임금을 더 얹어주며 밤낮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젠더시의 차오메이 일용품 회사의 마스크 공장에선 춘제 연휴에도 120명의 노동자들이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생산라인에 남았다. 춘제 연휴에만 하루 3만개씩 마스크를 생산했다. 연휴가 끝나는 10일 이후부터는 10만개까지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근로자에게 평소보다 3배 많은 임금과 야근수당도 주고 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급증하는 중국내 마스크 수요를 맞추기엔 물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춘제 연휴 기간 상하이에서만 하루 평균 마스크가 300만개씩 팔렸다. 보통 하루 평균 1만개씩 팔리는데, 300배가 급증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발병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의 마스크 수요는 안 봐도 뻔하다.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중국인들이 페트병, 헬멧, 기저귀, 비닐봉지 등을 얼굴에 쓰고 다니는 사진이 화제가 될 정도다.
◆ 하루에만 5000만개 마스크 수입···발벗고 나선 정부
중국 정부도 '마스크와의 전쟁'에 발벗고 나섰다. 당장 마스크 생산 책임 부처부터 바꿨다. 산업 담당인 공업정보화부에서 상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총괄 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마스크 수입량도 늘리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지난 달 24일부터 2월 2일까지 중국이 수입한 마스크만 2억2000만개다. 3일 하루에만 5000만개 마스크를 수입했다. 마스크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자재 수출도 잠정 금지시켰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마스크 대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나온다. 이미 우리나라 등 아시아 지역에선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춘제 연휴가 끝나고 마스크 수급이 차츰 안정을 찾길 바라는 모습이다. 중국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전자정보산업발전연구중심(CCID)은 "신종 코로나 사태 확산으로 수요가 급증해 마스크 재고가 부족한 데다가, 춘제 연휴가 겹쳐서 당장은 부족하지만 수급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CCID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된 마스크만 500억개다. 이중 절반 이상이 의료용 마스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