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너를 만났다 방송 캡처]
6일 방송된 MBC 스페셜 특집-VR 휴먼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에서 방송 최초로 VR 추모를 시도했다.
VR 휴먼다큐멘터리가 시작된 가운데, 사연의 주인공인 고(故) 나연양의 엄마인 장지성씨를 만났다. 기억 속 그리운 이름을 떠올리던 그녀는 "잊어버리는 느낌이 두렵다"면서 "나연이를 기억할 수 있을지, 건망증이 심해져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씨는 3년 전 가을, 일곱살이 된 셋째 딸 나연이를 떠나보냈다. 목이 붓고 열이 나기에 그저 감기인 줄 알았던 병은 '혈구탐식성 림프조직구증'이라는 희귀 난치병이었다. 나연이가 떠난 건 발병한 지 한 달 만이었다. 엄마의 바람은 하루만이라도 딸을 다시 만나 좋아하던 미역국을 끓여준 뒤 사랑한다고, 한 번도 잊은 적 없다고 말해주는 것. 아직도 집안 곳곳에는 나연이 사진이 놓여있다. 엄마는 매년 기일마다 나연이가 생전에 좋아하던 장난감을 납골당에 넣어준다.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의미에서 엄마는 나연이의 이름과 생일을 몸에 새기기도 했다. 어떻게든 존재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은 가족은 간절한 바람으로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제작진은 모션 캡처작업을 진행, 모델의 움직임을 통해 나연이의 동작들이 모니터에 구현됐다. 나연이를 떠올릴 수 있는 장면들, 그리고 모습들, 표정들까지 모두 담았다. 나연 엄마는 나연이가 좋아했다는 미역국을 준비했다. 그리고 자잘한 나연 엄마가 기억하는 나연이의 추억까지 토대로 장면들을 만들었다.
남매들 역시 나연이를 그리워했다. 둘째는 "못 해줘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다"면서 "천국에서 잘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며 나연이를 그리워했다. 나연 엄마는 "3년이 지나, 주변에선 그만 놓아주라고 말한다"고 하면서도 아팠던 나연이가 하늘에서 아프지 않기를 바라며 딸들과 함께 기도했다. 나연 엄마는 "간절하게 원하면 꿈에 나온다더니, 아무리 간절해도 꿈에 안 나오더라"며 아이를 향한 깊은 그리움을 전했다.
그리고, VR 촬영 당일이 됐다. 제작진은 막바지까지 장면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작업했다. 나연 엄마는 "좋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에 찼다. 그러면서 "들어오니까 긴장된다"며 잔뜩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방송국에 도착한 나연 엄마는 긴장과 설렘 가득한 모습으로 VR 스튜디오로 이동했다.
제작진이 어떤 기대를 안고 왔는지 묻자, 나연 엄마는 "어떻게라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VR 촬영에 필요한 장치를 모두 준비한 뒤, 드디어 나연이를 만날 수 있는 가상세계로 들어왔다. 빛나는 원형 버튼을 감싸자, 마치 천국을 떠올리게 하는 듯한 공간으로 이동됐다.
나연 엄마는 하얀 나비를 따라 주변 시선을 살폈다. 하얀 나비는 한곳을 지정해 살포시 앉았고, 나연 엄마도 가까이 다가갔다. 이때 나연이의 노래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엄마"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VR 세계에 있는 나연이 달려왔다.
그토록 그리웠던 딸이 눈앞에 나타나자 나연 엄마는 "엄마는 나연이 많이 보고 싶었어, 안아보고 싶었어"라며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엄마는 "한 번만 만져보고 싶어"라고 말하며 가상세계에 있는 나연을 만지려 애썼고, 보고 있던 모두의 눈시울을 붉혔다.
가상 속에 있던 나연에게 엄마는 제일 해주고 싶어했던 생일파티를 열었다. 생일상에는 나연이가 퇴원하면 먹고 싶어했던 떡들도 준비됐다. 나연이는 엄마에게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말했고, 엄마는 "안 울게, 더 많이 사랑할게"라면서 "나연이가 어디에 있든 나연이를 찾으러 갈 거야, 엄마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있어, 다 마치고 나면 나연이한테 갈게"라고 말하며 그리웠던 딸과 다시 긴 작별을 고했다.
VR를 마친 뒤, 한참 동안 나연 엄마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엄마는 "나연이와 많이 다른 느낌이었지만 얼핏 보이는 모습들에서 나연이가 보여 느낌이 비슷하더라"면서 "시간이 계속 멈춰 있어서 가슴 아프지만 좋았다, 잊지 않고 싶었다, 영원히 환생을 믿지 않지만 또 모른다"라며 다시 나연과 만날 수 있기를 소망했다.
무엇보다 방송 최초로 시도한 VR 추모인 만큼 지켜보는 시청자들까지 따뜻한 치유와 위로를 건넸다. VR의 새로운 발견에 대해, 인류의 기술에 대해 기대를 걸게 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