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기준금리 사상 최저인 1%로 인하 단행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5일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1.00%로 0.25%P 내렸다. 역대 최저 금리다. 이날 회의에선 정책위원 가운데 5명이 금리인하에 찬성했고 2명은 동결에 표를 던졌다.
당초 전문가들이 금리동결에 무게를 실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깜짝 인하'라는 평가다. 로이터 사전조사에서 전문가 23명 가운데 14명이 금리동결을, 9명이 0.25%P 인하를 점쳤다.
태국 중앙은행이 전문가 예상을 뒤엎고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선 건 그만큼 경제 상황이 나쁘다는 방증이다. 안 그래도 40년 만의 최악의 가뭄과 예산 집행 지연, 수출 감소로 인해 올해 태국 재무부가 전망한 성장률 전망치는 2.8%에 그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2.7%로 더 낮다.
이마저도 신종 코로나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 일각에선 태국 경제가 올해 1분기에 자칫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태국의 경우 경제에서 관광업 비중이 20%에 육박하고 그 가운데서도 중국 관광객 비중은 28%에 달하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의 직접 영향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춘제 연휴 기간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태국 정부는 중국 당국의 단체여행 금지 조치로 태국의 올해 관광 수입이 500억바트(약 1조90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 사태의 충격을 막기엔 한 차례 금리인하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특히 정부의 예산 집행이 늦어지고 있어 재정 부양책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 부양 부담이 고스란히 태국 중앙은행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부린 아둘와타나 방콕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관광업이 태국 경제에 동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엔진이 꺼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올해 추가 금리인하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는 중국에서만 확진자가 3만명에 육박하고 사망자가 560명을 넘는 등 확산일로에 있다.
노무라홀딩스 이코노미스트들도 "태국 경기 하방 압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은 만큼 올해 태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2월 태국의 소비자물가는 연간 0.9% 상승에 그치면서 정체했다. 태국 중앙은행의 중기 목표치인 1~3%에 미치지 못한다.
◆신종 코로나, 도미노 돈줄 풀기 촉발하나
신종 코로나가 경제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해 중앙은행들의 돈줄 풀기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전염병 진원지인 중국 인민은행은 3일부터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운영을 통해 총 1조7000억 위안(약 288조7110억원)의 유동성을 쏟아부었다. 조만간 대출우대금리(LPR)와 지급준비율(RRR·지준율) 인하라는 추가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6일 기준금리를 0.25%P 내려 3.75%로 조정했다. 벤저민 디오크노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또 "올해 금리를 0.5%P 내릴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신종 코로나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신종 코로나로 인한 미국 경제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와일드카드(예측할 수 없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이유로 연준이 6월 기준금리에 나설 수 있다고 봤다. 연준은 지난해 급격한 경기둔화를 막기 위한 '보험성 금리인하'로서 7, 9, 10월에 금리를 3차례 연속 내린 뒤 금리동결을 시사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