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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서울 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료센터 입구에 붙은 '신종 코로나' 관련 안내문]
◆ ‘38.0℃’, 깨질 듯한 두통과 기침이 시작됐다.
일요일 저녁 무렵부터 시작된 두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태가 나빠졌다. 머리가 깨질 듯 아파지기 시작할 무렵에는 기침도 시작됐다.
오후 9시 42분, 다시 한 번 체온계에 찍힌 숫자 38을 보자 최근 3개월 내 중국에 다녀온 적도 없었지만 ‘혹시...?’라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평소 ‘감시자’ '잔소리꾼'이라 불릴 정도로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등 전염병 예방 수칙에 열심이었지만 불안에 예외는 없었다.
우한 폐렴으로 알려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초기 증세가 감기·기관지염·독감(인플루엔자)·일반 폐렴 등과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질병관리본부가 열거한 주요 특징은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며 일부 근육통·마른기침·피로감을 호소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다른 질환에도 나타나는 증상이다.
한숨 자고 나면 낫겠지 싶었지만 열은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안되겠다 싶었다. 응급실을 찾아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진짜 신종 코로나인지 아닌지 대충이라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물어나 보자' 싶어 1339 긴급 콜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무작정 병원을 찾아갔다가 괜히 2차 감염 운운하는 소리를 듣게 될까 두렵기도 했고, 질병관리본부의 안내 전까지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전화 대기가 많아 연결이 어렵습니다..."
1339 연결은 쉽지 않았다. 하루 종일 30차례가 넘도록 전화를 돌렸지만 자동 응답 기계음과 연결됐을 뿐 상담원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22번째 기계음을 들었을 때 휴대폰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경보가 울렸다.
월요일 오전 8시 59분, 여전히 전화 연결이 어려울 듯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는 KCDC 질병관리본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를 통해 문의했다. 대처 방안을 안내 받기 위해 현재 상태를 설명했으나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상담이 가능하다’는 자동 답변이 돌아왔다.
"1분만 기다리면 되는 건가?"
하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도 1339의 답을 받을 수 없었다. 1분만 기다리면 될 것이라는 기대는 8시간이나 지난 뒤에야 겨우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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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연서 인턴기자, 동네 내과 진료 소견서]
어제저녁부터 두통을 동반한 열이 난다고 하자 의사는 증상을 듣고 요리조리 살피더니 "목이 조금 붓긴 했는데 (아픈 이유를) 전혀 모르겠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종 코로나 환자랑 접촉한 적이 없으면 독감일 확률도 있다"는 답을 듣고 진료실을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상담이 끝나기 한 시간 전 오후 5시, ‘늦은 답변 죄송합니다’라는 문장과 함께 상담원의 답장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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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연서 인턴기자, 질병관리본부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답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발열(37.5℃ 이상), 기침, 호흡곤란, 숨가쁨, 폐렴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나게 된다’며 공통 증상을 설명하고 ‘최근 중국 출입국 이력이나 확진자와의 접촉이 없다면 국내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중인 만큼 의료기관에 내원하라’는 안내가 있었다.
◆ 독감 유행과 겹쳐 상담 폭주··· 상담원 연결 손 꼽을 정도
기자뿐만 아니라 불안한 시민들은 지금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문의를 하기 위해 1339에 문의전화를 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의 전염 확산을 막기 위해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로 연락하라는 지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침과 달리 상담원 연결이 되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다.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철과 겹쳐 증상이 비슷한 신종 코로나 문의가 1만건 이상 폭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의가 몰리면 중앙(질병관리본부)의 소수 일원이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 문의가 급증함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339 상담 인력을 지난 29일 19명 새로 투입해 46명으로 증원했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인력난을 겪고 있다. 상담 본부는 이달 중순까지 투입될 150명의 신규 인력을 기다리고 있다.
전화 상담은 1대1로 이뤄져서 연결이 어려울 수 있지만 채팅 상담도 8시간이 훌쩍 지난 뒤에야 겨우 답을 받을 수 있는 건 단순 인력난 탓 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