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경제에서 ‘수치목표’는 정권을 유지하는 신앙이다. 그 달성은 정권을 암반 위에 세우지만, 실패는 통치력을 급속히 부식시킨다. 특히 성장일변도를 지향하는 개발도상국에선 절대 법칙이다. 이 점에서 중국은 수치목표를 최고치로 성취해 G2(2대 강국) 반열에 오른 계획경제의 초우등생이다.
그런 중국이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고 고전 중이다. 100년에 한번 올까 하는 역병인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복병에 전 중국이 고전하고 있다. 바이러스의 세력은 일파만파로 번져 연두부터 지구촌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했다. 생각지도 못한 ‘중국발 글로벌 리스크’다. 역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중국일 것이다.
중국에 있어서 2020년은 제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과 중국 공산당이 내건 ‘2개의 100년’ 목표 중 첫째 100년 목표(중국공산당 창립인 1921~2021년)라는 국정운영의 중핵이 되는 플랜의 완료를 목표로 하는 해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과 제2의 100년 목표(신중국 건국인 1949~2049년)를 출발시키는 분기점 같은 해이기도 하다. 또한 2013년 가을에 개최한 제18기 3중(中)전회에서 제시한 ‘개혁의 전면적 심화’와 2018년부터 3개년으로 기획한 ‘3개의 싸움’(3대 공격전) 등 시진핑 정권 발족 후의 중점정책 과제에 있어서도 완료를 목도하는 해로 설정되어 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질 높은 발전의 실현에 필요한 이노베이션 능력과 선진 제조업의 산업 집적, 소비자 니즈의 변화에 대응한 서비스업 등 향후 보완이 요구되는 여러 분야에서의 제도 개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2020년은 중국이 ‘새로운 발전’으로 이행하기 위한 포석(布石)의 해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 정권이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는 데 가장 큰 추동력은 앞서 설정한 경제성장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이 내건 2020년의 국내총생산(GDP) 목표치는 10년 전에 비해 두배로 늘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최소한 6%대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중국은 작년 11월 공표한 경제센서스 조사를 바탕으로 국가통계국이 과거로 소급해 이 수치를 개정했다. 즉, 2020년 실질 GDP 성장률 5.6%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종래의 계산보다 0.6% 포인트 낮추었다. 그러나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해 이 수치마저 달성할 수 있을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 20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에서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휴전으로 올해 성장률이 작년 10월 시점에서의 예측보다 0.2% 포인트 높은 6.0%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앞서 2019년 4분기 실질성장률은 무역전쟁에도 불구하고 6.0%(전년 동기 대비)를 기록했다. 3분기와 같은 수준을 지켰다. 그러나 미국은 중국제품의 제재관세를 거의 유지한 채로 있어 경제마찰은 미해결 상태이다.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1년 중국의 성장률이 5.8%까지 내려가 천안문 사태 직후였던 1990년 이래 31년 만에 처음으로 6%를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오르기 에바 IMF 전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생산부문과 공급사슬(서플라이체인)에 혼란을 일으키고, 여행 비즈니스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일본, 한국 등 주변국 경제에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2003년에 심각했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때에 세계경제의 감소 폭은 0.1%에 그쳤다. 중국경제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당시 4%에서 현재는 18%까지 확대됐다. 따라서 세계경기의 하방 압력도 당시보다 강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극히 심각하다고 보고 사스를 모델로 경기에 대한 영향분석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FRB는 거시경제로의 파급을 언급하기는 시기상조이지만 중국경제에는 단기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다이와(大和) 종합연구소는 중국이 이번 사태로 관광, 오락, 외식, 일부 소매, 교통 등이 큰 타격을 받아 2020년 1분기의 실질 GDP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4%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GDP에서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비율은 약 40%에 이른다.
미국 신용정보회사 S&P 글로벌 레이팅은 교통비와 오락에 사용하는 비용 등 지출이 10% 감소하면 GDP 신장률이 1.2% 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우한은 자동차 산업과 물류의 중심이어서 향후 동향에 따라 중국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정부가 2020년의 성장률 목표를 ‘6% 전후’로 조정한 바 있지만 세계의 싱크탱크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러한 사정 아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월 3일 공개시장 조작으로 금융시장에 1조2000억 위안(약 205조2240억원)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하루 오퍼레이션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대에 따른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한 악영향을 완화시키려는 급처방전이다. 3일부터 거래가 재개된 주식과 위안화 시세를 측면 지원하려는 의도도 있다.
세계가 사스 때에 배운 교훈은 사태의 조기제압이 긴요하다는 것과 종식 후에 경기 복원을 신속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시련을 딛고 일어나 계속적인 성장을 실현해 나갈지 세계 각국이 주시하고 있다. 당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조기에 수습될 것인지 아닌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의 제4차 산업혁명과 산업정책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중국경제를 뒷받침하는 ‘인터넷+선진제조업’의 향후 행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산업정책의 핵심인 ‘중국 제조 2025’ 계획과 중국의 ‘IT사이클’(방대한 IT 투자와 기술혁신)의 변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의 수입 확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무역 확대(중국에 의한 수입 확대) , 지적재산권 보호, 기술이전, 농산품, 금융 서비스, 거시경제정책과 환율 등의 추이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올가을께 나올 제14차 5개년계획의 구체적인 내용( 성장률 목표의 수준, 재정·금융정책의 방향성 등)을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두 개의 100년’이라는 중국몽을 향해 거침없이 내닫던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기로에 서 있다. 중국이 뜻밖에 만난 ‘블랙 스완’을 어떻게 극복해 가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다른 나라들의 분석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의 위기는 강 건너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