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가 '대중(對中) 외교 부실' 논란으로 번졌다. 정부가 중국의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 전세기 투입 일정을 발표하면서 혼선을 자초했다. 우리 정부와는 달리, 미·일의 전세기 투입 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미·일에 밀린 셈이다.
30일 정부는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에 있는 우리 국민의 국내 이송을 위해 전세기 1대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이날 오전과 오후 각각 1대씩 총 2대의 전세기를 우한에 보낼 것이라던 정부의 계획이 변경된 것이다.
강 장관은 중국 당국의 ‘1대’ 운영 방침에 대해선 미국, 일본 등에서 다수 임시 항공편을 요청해 중국 정부가 우선 1대를 허가하고 순차적으로 요청받는 방침으로 운영하는 것 같다고만 했다. 추측성 발언이다.
전세기 운항을 처음 시도하는 정부가 다른 국가의 기존 사례를 정확히 살펴보지 않고 무턱대고 전세기 투입을 결정, 발표하면서 국민의 불안감만 더 키웠다.
미국 전세기는 지난 29일(현지시간) 새벽 중국 우한에서 출발해 가장 먼저 자국민들을 탈출시켰다. 일본은 29일과 이날 두 차례 전세기를 보내 자국민을 귀국시켰다.
주중총영사가 3개월째 공석이고, 귀국 예정인 700여명의 교민들을 관리할 영사관 직원이 9명(외교관 4명, 행정직원 5명)으로 인력이 부족한 것도 부실한 대중 외교의 민낯이 드러나는 대목으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올해 한·중 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고 했지만, 미국과 일본에 밀려 ‘뒷방’ 신세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아사히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한 간부 발언을 인용, 중국이 외교적으로 미국과 일본을 우선으로 배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전세기 사안을 ‘국력의 차이’로 보면서도 외교적으로 ‘코리아 패싱’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국 당국이 ‘차이나 엑소더스(China Exodus·탈중국)’에 따른 국내적 동요를 우려했을 것으로 해석했다.
윤 전 원장은 “중국 나름대로 (탈중국에 대한)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외국인들이 갑자기 빠져나가면 국내 정치적인 패닉이 일어나지 않겠냐”며 “조용히 (진행)해서 모든 사람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지, 확대 해석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미국도 여러 차례 전세기 운항 계획이 바뀌었다”고 했다. 한국만 특별히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대한 비판은 여전하다. 특히 우한 교민들은 별다른 설명 없는 ‘전세기 일정 지연’ 공지에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정태일 후베이성한인회 사무국장은 이날 본지에 “현재 많은 한인 교민들이 (전세기 탑승 지연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