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스위스에서 나흘간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한 상태며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악화한 정부 재정적자가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입을 모아 우려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포럼 연설에서 "성장세는 여전히 취약하다"며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적자가 향후 5~7년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난제라고 경고했다. 차기 중국 총리가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는 "폭풍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약 각국 정부가 출구전략을 서두를 경우 `더블딥(짧은 경기상승 후 하강)'의 위험성이 있다는 경고 역시 나왔다. 전설적인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너무 서둘러 중단할 경우 2011년 이후 더블딥을 겪을 위험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비관적 경제전망으로 유명한 `닥터 둠(Dr. Doom)'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연에 따른 소비 약세, 신용경색에 따른 투자 위축, 재정적자 증가 등의 영향으로 경기회복 곡선이 'U자형'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연쇄적인 신용등급 추락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위험 요소라고 경고했다.
올해 각국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경제적 과제로는 일자리 창출이 1순위로 꼽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10%에 가까운 기록적인 실업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상의 경기회복이 소비 증가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포럼에서 "지표상 경기회복을 경험하고 있지만, 지금은 인간적 측면의 침체기(human recession)"라며 "당혹스러운 부분은 실업률 문제로, 25~54세의 노동적령인구 5명 중 1명이 실업자"라고 말했다.
곡물 메이저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ADM)의 파트리샤 워어츠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실질적인 경제회복"이라며 "기존 일자리 유지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회복 속도가 선진국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지만, 일자리 생겨나는 곳과 수요처가 지리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제라드 리온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자리는 불행히도 서양이 아니라 동양에 있다. 그게 바로 문제"라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일 다보스포럼 '세계 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로 3.3%를 제시하며 세계경제의 부진을 전망했다. 석 달 전에 제시한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아진 수치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에서는 금융산업 개혁, G20와 신흥경제국들의 역할 증대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기후변화 대응 문제는 그다지 조명을 받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오전에 예정됐던 기후변화 대응 기금모금 방안에 관한 기자회견은 내부 조율을 이유로 취소됐다.
결국 포럼 마지막 날인 31일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특별인출권(SDR) 발행을 통해 앞으로 수년 간 매년 1000억 달러 규모의 `그린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것으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