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유튜브 방송에 이어 21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원순 시장이) 전임자가 조성해준 공공택지(마곡지구)를 민간(건설사)에 비싸게 팔아서 분양가와 집값이 올라가게 됐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 발언은 2010년 공급한 강서구 발산지구 분양가격이 3.3㎡당 792만원 수준이었는데 바로 맞은편 마곡지구가 2015년 기준 3.3㎡당 평균 1570만원으로 비싼 값에 공급됐다고 지적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에 땅을 입찰받아 2015년 1월 3.3㎡당 평균 1530만원에 공급했다. 사실상 지구 전체 평균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에서 분양한 셈이다.
나머지 14개 단지는 시행사 SH가 공급했다. 이 중 마곡지구 분양 막바지인 2015년 9월 공급한 8단지와 10-1단지, 11·12단지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500만원이었다.
정리해 보면 서울시가 민간에 공공택지를 매각함으로써 분양가와 집값이 유의미하게 올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다만 SH가 조성하고 공급한 공공주택 분양가격이 5년 만에 두 배나 뛴 현상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같은 기간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이 1513만원에서 1946만원으로 28.6% 오른 것과 비교하면 과도한 상승세로 볼 수 있어서다.
SH는 마곡지구의 분양가격이 발산지구보다 현저히 비싼 이유에 대해 땅값 책정 방식과 개발 목적이 다른 만큼 단순 비교하기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택지개발사업인 발산지구는 지역 시세와 관계없이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도시개발사업인 마곡지구는 감정평가액(시세) 기준으로 택지비(땅값)를 정하기 때문이다.
또 택지개발법에 따라 저소득 국민의 주거난 해소 목적에서 주택 위주로 개발한 발산지구와 달리 마곡지구는 주거뿐 아니라 상업·보건·복지시설과 녹지공간 등 전반적인 인프라를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기에 건축비가 더 많이 든다.
이에 따라 마곡지구의 3.3㎡당 건축비(679만원)와 토지비(891만원)가 발산지구보다 각각 1.8배와 2.2배 높게 책정됐다는 논리다.
실제로 발산지구와 비슷한 시기이자 오세훈 전 시장이 사퇴하기 전인 2011년 4월 서울 성동구 행당동 도시개발사업지구 주상복합용지에 공급한 '서울숲 더샵'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1800만원이었다.
공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지만, 당시 발산·마곡지구가 있는 강서구와 비슷한 수준의 시세였고 택지비와 건축비 산정방식이 마곡지구와 같고 발산지구와는 다른 도시개발지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SH 관계자는 "택지개발사업으로 공급한 주택이 주변 시세보다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비판이 있어서 택지지구 땅값도 조성원가가 아닌 감정가격으로 산정하도록 관련법(택지개발업무처리지침)이 (2016년 10월) 바뀐 바 있다. 도시개발지구와 택지개발지구 분양가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원순 시장이) 지금 법을 바꿔서라도 (중앙정부가 가진 부동산 정책) 권한을 달라고 하는데 정말 의지가 있었으면 분양가를 더 낮출 수 있었을 것"이라며 "법률도 아닌 지침 때문에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해서 분양가격이 더 비싸다는 건 핑계고 남 탓"이라고 말했다.
도시개발사업 지구의 땅값을 감정평가로 정하는 규정은 훈령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정한 '도시개발업무지침'에 있는 내용이므로 충분히 변경 가능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