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끼고 시가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을 매입한 일부 실수요자들이 12·16 부동산대책으로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기존 대출규제 체제에서 한도를 꽉 채워 대출을 받으려 했던 이들은 구입한 집 입주를 포기한 채 월세를 살거나 주택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12·16 규제 이전 1주택 보유자의 전세금 반환 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40%로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접수됐다.
LTV 40%를 일괄 적용하던 기존 규제와 비교하면 시가 14억원 주택은 대출한도가 5억6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1억원 줄어든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분까지 반영하면 기존 규제와 새 규제 간 대출한도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최악의 케이스는 2~3개월 남은 세입자의 전세 만기 때 세입자를 내보내고 매입한 집으로 입주를 계획했던 사람들이다.
지난해 12월초 집 계약을 마쳤지만 세입자의 전세 만기가 2월인 경우 이 세입자를 내보내기 위한 전세보증금반환대출에는 새 규제 비율인 '9억원까지 LTV 40%, 9억원 초과 LTV 20%'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주택구입 시점과 세입자 퇴거 시점이 몇 달 차이 나지 않는 경우에는 오피스텔 같은 곳에 월세를 내고 임시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
이런 계층은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전세대출을 내줄 수 없도록 한 새 전세대출 규제도 걸린다. 결국 월세를 살면서 부족한 LTV 비율을 메울 만큼의 자금을 모아 세입자의 다음 전세 만기를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국민청원에 관여한 A씨는 "전세 낀 고가주택을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사람들은 내 집 마련 과정에서 전세가 낀 주택을 매입했을 뿐 투기 목적인 갭투자와 성격이 다르다"면서 "예고 없이 대출한도를 축소한 것이므로 기존 규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해줘야 선의의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