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말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0.3%로 전년 동기 157.4%보다 2.9% 포인트 높아졌다. 또한 금융자산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47.3%로 전년 동기 46.7%보다 0.6% 포인트 상승했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 중에서 세금이나 사회보험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가계가 실제로 자유롭게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소득을 말한다.
이 기간 가계부채는 1572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이는 2004년 2분기 말 2.7% 이후 가장 낮은 증가세다.
문제는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부채 증가율이 소득 및 금융자산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 전반의 채무상환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상승 움직임을 보인다. 같은 기간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비은행 금융기관은 1.93%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말 은행 0.26%, 비은행 1.55%보다 각각 0.03% 포인트, 0.38% 포인트 상승하는 모습이다.
가계부채의 연결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의 건전성도 악화하고 있다. 작년 9월 말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중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6.8%로 여타 자영업자(3.5%)보다 크게 높았다.
잠재적인 부실을 나타내는 연체차주 대출 비중은 저소득 자영업자가 4.1%로 여타 자영업자(2.2%)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며 2018년 말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90일 이상 장기 연체차주의 대출 비중이 2017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중 고금리 대출업권(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대부업) 비중은 12.4%로 여타 자영업자(4.7%)의 2.6배에 달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최근 가계대출 연체율이 비은행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상승하는 등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다소 저하되고 있다"며 "저소득 자영업자는 사업 규모가 작고 업황 부진을 견뎌낼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경기둔화 시 대출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부채증가율이 소득과 금융자산 증가율을 상회하면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은 커지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