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중국과 미국이 마침내 무역분쟁 시작 18개월 만에 1단계 무역합의안에 서명했다. 금융시장도 환호하며 미국 다우지수는 3만 고지를 코앞에 두고 있다. 반면에 상하이지수는 오히려 지난 16일 전일 대비 0.52% 하락했다. 증시의 반응으로 볼 때 투자자들은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에 중국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투자심리가 더 많다는 의미이다. 한국 코스피도 무역합의 서명 소식에 상승 마감했다. 그럼 중·미 1단계 합의안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할까.
본 합의는 양측이 100% 만족하지 않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한 발씩 물러나서 만들어낸 결과이다. 중·미 무역 1단계 합의문은 8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량은 88쪽 정도이다. 기본 내용으로 무역분야에서의 양국 협력 확대, 시장 접근성 완화 및 금융분야에서의 양방향 개방 확대, 양국의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 양자 평가 및 분쟁 해결 협정 수립, 미국의 관세 인상에서 관세 인하로의 이행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관련, 중국 측에서는 미국의 관세 인하가 크지 않고 미국 상품 수입에 대한 중국의 약속이 너무 과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미국의 반복되는 번복에 미뤄 보면 앞으로도 미국을 믿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정책과 지적재산권 획득을 위한 산업지원 수단들에 대해 구체적인 약속을 얻지 못한 미국도 그다지 만족한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본 합의는 어느 쪽도 매우 만족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실행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양국이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이익을 무시하고 어느 한 일방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서명한 경우, 그 결과는 결국 실행단계에 있어서 오히려 번복할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무역전쟁 초기의 중국과 미국 각각의 요구와 비교하면, 1단계 합의문은 평등과 상호존중의 원칙에 기반하여 상대방 핵심 관심사에 대해 서로 배려하고 상호이익을 보장하고 상생하기 위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 15일 서명한 협정은 양측이 더욱 큰 출혈을 막기 위한 임시예방 조치라고 간주되어야 할 것이다.사실 중·미 양국은 경제의 보완성이 강하기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 미국으로부터 고품질의 상품 수입을 늘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미국 측에서 볼 때 중국의 자체 개혁선언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확대에 대한 약속이 큰 승리로 간주될 수도 있지만, 중국의 경우 고율 관세 부과를 막고 국내 경제의 연착륙을 위한 외부환경의 위험을 차단하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합의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여러 가지 숙고해야 할 질문들을 우리한테 던지고 있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인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이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 공산당의 목숨을 요구하는 것인지? 중국이 이 갈등을 피할 수 있었을까? 이번 중·미 무역분쟁에서 중국의 대응은 잘한 것인지? 중국의 뒷심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경제대국 굴기에 나선 중국이 유럽 및 일본 등 강국들의 압력에 직면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중국 국민들은 글로벌 보편적 가치에 맞추어 변화하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는지? 새로운 중·미관계는 어떤 관계여야 하는지? 중·미 양국의 디커플링이 가능할 것인지 등등이다. 이 질문들 중 일부는 결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양국이 보여준 행태는 많은 이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세계 각국은 이에 대한 답을 찾아야 자국경제의 발전을 위한 세계적인 포지션과 위치를 찾아갈 것이다. 그러면 1단계 중·미 무역합의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한국의 입장에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주목해야 할 이슈들은 무엇일까?
우선 위안화 환율의 영향이다. 중·미 무역협상 1단계 합의문에는 미국을 앞세운 월가 자본들이 중국투자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바로 위안화의 경쟁적 평가절하 방지 및 외환정보 공개 등 투명성 제고라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관리변동환율제인 위안화 가치를 중국정부에서 의도적으로 약세로 유도하지 말라는 것이며, 중국의 외환정보를 국제자본가들에게 낱낱이 공개하라는 것이다. 이는 월가의 자본가들이 중국에서 안전하게 투자수익 및 환차익을 챙길 수 있도록 보장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들은 위안화를 강세로 유도하고 달러를 약세로 유도, 달러 캐리 자금(US Dollar Carry Trade)들이 신흥국으로 투자되어 아시아 신흥국 시장의 고성장을 이끌어내 그중에서 차익을 챙기려고 한다. 이에 따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대만 및 한국의 원화는 통화가치가 절상될 것이다. 미국은 4차산업 중심의 하이밸류 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세계성장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아시아시장에서는 금융시장 투자를 통한 차익을 다시 한번 노리는 전략이다. 이런 흐름으로 아시아 시장은 다시 한번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지만 이들 자금이 빠져나갈 때 위기 또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합의문에서 중국은 은행, 보험, 증권, 펀드, 신용 등 대부분 핵심 금융시장을 모두 개방하였다. 막대한 월가 자본들은 위기에 처한 중국기업의 부실채권과 은행, 보험사 및 신용평가사들을 인수·합병하거나 투자하여 중국의 주요 핵심산업들을 장악할 것이다. 이는 중국의 해당 기득권들과 손잡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생각보다 더 빨리 진행될 것이다. 특히 신용평가는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개방되었다. 신용평가에 따라 기업들의 조달금리가 결정되기 때문에 중국의 기업가치를 좌우하는 영향력을 미국자본들이 갖게 된 것이다.
다음, 합의문 이행과정에서 대미 수입 확대에 따른 기타 국가 수입 축소와 해당 농산품 가격의 변동성 확대이다. 중국은 향후 2년간 미국산 상품 및 서비스 수입을 2017년 대비 2000억 달러(약 231조6000억원) 규모 더 늘리기로 했다. 여기에는 농산품 부문(320억 달러), 공업소비재 부문(777억 달러), 지식재산권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기술서비스 부문(379억 달러), 에너지 부문(524억 달러) 등이 포함된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확대할 경우 브라질 대두 수입을 줄일 것이며, 이에 따라 국제 대두시장 가격이 크게 변동될 것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이란 중심의 에너지 수입에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로 인해 국제 석유가격 또한 크게 변동할 것이다. 중국의 공업품 소비재의 경우 프랑스에서 수입을 확대하기로 한 항공기 대신에 미국에서의 수입을 확대할 것이며, 자동차 등 수입도 미국산 수입을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기존 대중(對中) 수출국가들의 경제적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의 경우 대중 수출의 70% 이상이 중간재 부품이기 때문에 중국경제의 리스크 완화와 중·미 간 무역 확대는 단기간에 한국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그러나 4차산업 육성과 신성장엔진 구축을 위한 자원 확보는 오히려 과거보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시장을 활용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농산품 수입 확대로 중국 국내 농산품 관련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며, 미국산 고가 경질유 수입 확대로 중국 국내 석유정제기업들의 고비용으로 인한 파산 위험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의 구조조정 절차가 외부압력에 의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중국경제는 단기간의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중국이 미국과의 합의문 이행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이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1단계 합의문에는 구체적 이행에 있어서 많은 함정들이 있다. 마지막 이행보장기제 마련에 있어서도 어느 한쪽에서 상대방의 이행에 대해 불만이 있을 경우 누구든 일방적으로 협의문을 무효화시킬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미국 측이 즉시 착수하겠다고 밝힌 2단계 협상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이면서, 앞으로 중·미 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2단계 협상에서 중국 정부의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관행 중단 등 중국 경제구조 개혁과 관련된 의제가 산적해 있을뿐더러, 미국은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이전 강요 금지 등의 의제도 1단계보다 강화된 대책을 중국에 요구할 전망이다. 이는 중국 내 법체제 전반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중국 내 기득권집단들의 이해관계에 저촉되기에, 시진핑 정부가 국내 반발요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2단계 협상은 중국 공산당의 존속 및 정치적 입지를 위험하는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협상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중국증권행정연구원 원장 안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