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신동주-동빈 형제 간 한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을 통솔하는 ‘원 리더’ 체제를 유지해왔다.
19일 신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에도 현재 신동빈 체제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다. 오히려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 카드’마저 없어진 셈이라, 신동빈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2017년 6월 신격호 명예회장이 롯데그룹 지주회사 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배제되면서 신동빈의 ‘뉴롯데’ 시대 포문이 열리게 된다. 1948년 롯데그룹을 창립한 지 70여년 만에 롯데그룹에서 신 명예회장이 완전히 경영에 배제되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도 의지할 곳을 잃게 됐다.
신동빈 회장은 이후 순환출자 해소 등의 롯데 지배구조 개편, 지주회사 설립 등을 앞세우며 ‘뉴롯데’의 고삐를 당겼다. 2017년 7월 롯데의 터전인 서울 소공동에서 잠실 롯데월드타워로 그룹의 본진을 옮긴 것도 그런 맥락이다. 같은해 10월에는 지주사인 롯데지주를 설립했다.
이 와중에 신동빈 회장은 2018년 2월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고 1심 선고로 약 8개월 동안 구속되는 고초를 치르고,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풀려나면서 롯데홀딩스 대표직에 1년 만에 복귀, 주주들의 지지를 재확인 받았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집행유예 확정을 받으면서 3년여간 이어진 ‘사법 리스크’도 완전히 끊어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를 한국 재계 서열 5위에 올려두고, 각종 사업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나타내며 유통, 면세, 관광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일본 롯데도 신동빈 회장 체제 이후 4년간 10% 매출 신장이라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 롯데에 대한 분리 경영을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사회에서 반대를 하는 이유다.
향후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뉴 롯데’를 위해 한-일 롯데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의 상장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롯데지주 출범 이전까지 한국 롯데의 지주사 역할을 해 온 호텔롯데는 지분 99.28%를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 계속되는 롯데의 국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호텔롯데 상장은 시급하다. 이를 위해 신 회장은 지난해 연말 임원 인사에서 송용덕 호텔롯데 부회장을 롯데지주 공동 대표로 선임하는 등 IPO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 이후 신동빈 회장의 ‘뉴롯데’ 체제는 더욱 견고해지면 견고해졌지,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면서 “그럼에도 신격호 명예회장은 재계 5위 롯데의 기반을 닦고 현재의 롯데를 가능케 한 큰 인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