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10원짜리 껌 팔던 기업…재계 5위·123층 롯데타워 새역사

2020-01-19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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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규모의 115조원, 재계 순위 5위, 계열사 95개의 기업으로 성장

‘10원짜리 껌을 팔아 모은 돈으로 아시아 최대 유통 공룡을 만들었다.’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의 수식어가 된 말이다.

온 국민이 배고팠던 1960년대 허기를 달래줬던 10원짜리 껌가격은 53년이 지나 약 300배 올랐다. 그동안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롯데도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자산 규모의 115조원, 재계 순위 5위, 계열사 95개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1967년 한국 롯데제과 설립 첫해 매출(8억원)과 비교하면, 50년 사이 무려 11만5000배가량 뛰었다. 그야말로 맨손으로 일군 신화다.

‘신격호 신화’의 시작은 풍선껌이다. 신 명예회장은 자본금 100만엔을 들고 1948년 6월 종업원 10명과 함께 ‘롯데’ 간판을 처음으로 내걸었다. 껌은 당시 일본인이 서구문물이라며 반감을 보인 제품이다. 하지만 풍선껌을 작은 대나무 대롱 끝에 대고 불 수 있도록 풍선껌과 대나무 대롱을 함께 포장한 롯데 풍선껌은 줄 서 사는 제품에 올랐다.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주는 장난감이라는 제품의 핵심가치를 간파해 일종의 굿즈 마케팅을 펼친 결과다.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 제공]

 
1961년 신 명예회장은 일본가정에서 손님 접대용 센베이가 초콜릿으로 대체될 기미가 보이자 초콜릿 생산을 결단한다. 이는 롯데가 종합메이커로 부상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등 사업 영역을 넓혔고, 일본 굴지의 종합 제과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롯데는 1959년 롯데상사, 1961년 롯데부동산, 1967년 롯데아도, 1968년 롯데물산, 주식회사 훼밀리 등 사업을 다각화하며 일본 1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일본에서 사업이 자리를 잡자 신 명예회장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신 명예회장은 1965년 12월 18일 한일 국교 정상화 조인, 1966년 6월 17일 재일동포 법적 지위 협정 체결·발효 등으로 고국에 대한 투자의 길이 열린 뒤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는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제과업부터 시작했다.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주식회사를 세우고 당시 국내 처음으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고품질 껌을 선보여 한국에서도 ‘껌 왕국’ 명성을 쌓았다. 왔다껌,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등은 대박 행진을 거듭했다. 1974년과 1977년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을 설립해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췄다.

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센터 개장식. [사진=롯데 제공]

신 명예회장은 관광과 유통을 고국에 꼭 필요한 ‘기반사업’으로 주목했다. 그는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내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신념의 첫 결실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이다. 1973년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 객실 규모의 당시 동양 최대 특급호텔로 문을 열었다. 1979년 개장한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규모(지하 1층~1상 7층)는 기존 백화점의 2~3배에 이르렀다. 비슷한 시기 평화건업사 인수(1978년·현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인수(1979년·현 롯데케미칼) 등을 통해 건설과 석유화학 산업에도 진출했다.

식품·관광·유통·건설·화학 등에 걸쳐 진용을 갖춘 롯데 그룹은 1980년대 고속 성장기를 맞았다. 기네스북이 인정한 ‘세계 최대 실내 테마파크’ 서울 잠실 롯데월드는 1989년 문을 열었다. 1990년대에도 롯데의 성장은 계속됐다. 편의점(코리아세븐), 정보기술(롯데정보통신), 할인점(롯데마트), 영화(롯데시네마), 온라인쇼핑(롯데닷컴), 홈쇼핑(우리홈쇼핑 인수) 등으로 계속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롯데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에는 오히려 해외로 나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2000년대에는 신 명예회장의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뉴 롯데’를 준비했다. 특히 2017년 창립기념일에는 숙원사업이던 국내 최고층 빌딩 롯데월드타워도 개장했다. 롯데월드타워 프로젝트는 신 명예회장이 1987년 “잠실에 초고층 빌딩을 짓겠다”며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신 명예회장은 2017년 5월 롯데월드타워를 직접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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