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KT 부정채용' 김성태 1심서 무죄…"채용특혜는 맞는데 뇌물 입증 안돼"

2020-01-1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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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부정채용' 등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채용 과정에서 딸이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은 인정되지만 뇌물의 증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17일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신혁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특혜채용이 있었던 것을 볼 수는 있는데 그것이 뇌물이라는 것을 검찰이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유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김 의원의 딸 김 모씨가 KT 공개채용 과정에서 다른 지원자에겐 주어지지 않은 혜택을 제공받아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김 씨 자신이 특혜를 제공받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인정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서류 전형과 인적성 전형 등에서 특혜를 받아 신입사원에 합격한 사실과 서유열 전 KT 사장 지시에 따라 인재경영담당자가 입사지원서도 제출 안 한 김 씨를 이미 진행 중인 채용에 참여시킨 사실 등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씨의 채용 과정에서 불공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채용과정의 불공정이 '국회 국정감사 증인 제외'라는 부당한 청탁의 대가로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증인 제외'를 청탁했다고 밝힌 서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재판부는 "검사가 뇌물공여 혐의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는 서 전 사장의 증언이 유일"한데 김 의원과 만남이 있었던 시점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등 믿을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서 전 사장은 "이석채 전 회장으로부터 '김 의원이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하니 임시직인 딸을 정규직으로 근무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때가 2011년으로 그해 이 전 회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채택될 상황이었다.

서 전 사장은 법정에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 딸의 계약직 근무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질문하니 '2011년께 피고인들과 함께 김 의원의 단골 일식집에서 저녁식사 자리 전에 보고했고 이 전 회장이 식사 도중 잘 챙겨 보라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서 사장을 만난 것은 2009년 5월로 채용청탁이나 증인채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카드 내역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당시 김 의원의 딸은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계약직으로 채용됐다는 대화가 존재할 수조차 없었다는 주장이다. 

법원 역시 "피고인들이 여의도 일식집에서 만나기로 한 사실과 서 전 사장의 법인카드가 2009년 5월 결제한 사실 등이 인정되는데 피고인 뿐 아니라 서 전 사장도 단 한차례 만남이 있었다고 진술하고 서 전 사장이 당시 본인이 직접 결제했다고 진술했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때 만찬이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17일 남부지방법원을 나서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류선우 기자]

이날 김 의원은 재판 시작 10분 전쯤 법정에 들어와 방청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수고가 많다'며 일일이 악수를 하고는 피고인석에 앉았다.

방청석에는 취재진과 방청을 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에서는 환호성과 박수갈채가 나왔다. 김 의원은 자신을 응원하러 나온 장제원 의원 등과 얼싸안고 기뻐하는가 하면 시민들과 웃으며 악수를 하는 등 웃으며 법정을 나섰다.

김 의원은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이 사건은 드루킹 특검에 대한 정치보복에서 비롯된 '김성태 죽이기'"라며 "신성한 재판부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이 항소할 수도 있지 않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지난 7개월간 강도 높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처벌하려 했다"며 "그런 만큼 항소심에서도 특별한 항소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재판 전후로 법원 앞에서는 민중당과 미래당 등에서 김 의원의 처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과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청년 울린 채용비리 김성태 지옥으로'라는 팻말을 들고 있던 미래당원은 무죄 판결이 나오자 법원 앞에서 울부짖으며 "청년들에게 열심히 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라며 "이렇게 국회의원 딸은 KT에 취업이 되는데 저는 제 부모님을 탓해야 합니까"라고 소리쳤다.

김선경 민중당 공동대표는 판결 직후 법원 앞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가 서 전 사장과 이 전 회장, 김 의원이 만난 사실이 증거가 부족하단 혐의로 무죄 판결했다"며 "그러나 분명히 드러난 건 김 의원 딸이 채용 과정에서 부정한 방법으로 특혜 채용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과정은 공청치 않았단 점을 사법부가 다시 확인시켜준 셈"이라며 "이 판결이 얼마나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는 판결인지 재판부가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외쳤다.
 

17일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뇌물수수 혐의' 무죄 판결에 미래당원이 불합리한 판결이라고 외치고 있다. [사진=류선우 기자]



김 의원은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무마해주고 그 대가로 KT 파견 계약직으로 근무 중이던 딸의 정규직 채용이라는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검찰은 김 의원의 딸이 부정하게 채용됐고 이러한 부정 채용을 이 전 회장이 지시함으로써 채용 형태 뇌물을 지급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김 의원에게 징역 4년을 이 전 회장에겐 징역 2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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