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2020년 중국경제 전망과 우리의 대응

2020-01-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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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도 견실한 성장 지속 전망

中 발전은 우리에게 위협 아닌 기회…전략적 대비해야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한국 경제는 중국의 경제의 좋고 나쁨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올해 중국 경제가 잘 굴러갈 것인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며칠 전, 류원춘(劉元春) 중국 인민대학교 부총장은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6.1% 증가했고, 2020년의 성장률은 5.5~6.0% 구간에서 움직일 것으로 관측했다. 보수적으로 전망해도 5.8% 정도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 발표했다. 인구가 15억명에 가까운 중국이 연간 5%대 넘는 성장을 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3년간 미·중 무역전쟁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 성장률은 완만한 속도로 둔화했다. 경기 하강의 주요 원인은 과잉투자나 중복투자에 따른 과잉생산, 정부의 금융부채 축소, 미·중 무역전쟁 영향, 그리고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지속돼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무난한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여 우리 경제에도 커다란 충격은 가져오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서방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2020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걱정한다. 중국 부동산 거품, 화웨이 사태, 지방정부의 과도한 채무, 국영기업과 금융기관의 부실과 부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무역 위축, 청년 취업난 등으로 중국 경제의 '폭망'을 얘기한다.

그리고 중국 공산당의 이념과 국가권력에 의한 국가주의적 경제운용이 자유 시장경제를 왜곡시켜 성장을 저해함으로써 파국을 맞게 될 것으로 본다. 개혁·개방에 따른 경제의 급속한 성장은 끝났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고들 말한다.

중국은 이미 덩치가 엄청나게 큰 세계 제2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웬만한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충격 흡수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보복관세와 기술 수출 통제와 금융 압박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견실한 성장을 지속해 왔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규제 등을 피하기 위해 이미 경제 운용의 축을 수출에서 내수로 옮겼다. 최근 미국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한 것도 이러한 조치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경제는 일부를 제외하고 정부의 영향력 하에 계획경제로 운영된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충격이 오더라도 정부가 다양한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데 한계를 가진 서방국가들과는 매우 다르게 운영되는 것이다.

중국의 국가주의나 폐쇄적 의사결정구조에 많은 사람들이 염려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인구도 많고 지역도 넓다. 자유방임적인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중복이나 과잉투자로 인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일정한 수준의 정부 개입은 효율적이고 장점이 매우 많다.

중국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력 있는 시장을 가진 나라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으로 지난 몇 년간 불편한 시기를 겪었지만, 왜곡된 관계는 머지않아 풀리게 돼 있다.

중국 시장에 대해서 미리 넘겨짚어 중국 시장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것은 우리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내수 부양 조치 등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내수시장이다”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중국과 한국은 상호보완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접근하면 상호이익이 되는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투자자 동향을 살펴보면 한국 주식은 팔고, 중국 주식은 사들인다. 아시아권역의 투자에 통달한 전문가들이 중국에 투자한다는 것은 아직은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데에 방점을 찍고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 정부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 중산층) 사회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이는 만큼 단기적으로 중국 경제는 안정적이라고 전망해도 무리가 아니다.

서방의 전문가들은 대개는 나무를 보고 숲을 평가하는 성향이 매우 강하다. 그러나 중국은 큰 덩치를 가진 나라이기 때문에 오히려 숲을 보고 나무를 평가하는 것이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올해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한국 방문도 예상된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한국 방문은 우리가 준비하기에 따라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런 기회를 살리는 방법은 사전에 철저히 우리 정부가 나서서 중국 정부와 기업을 만나고 세심한 부분까지 사전 교감을 거쳐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우리 정부까지 나설 필요까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중국은 정부의 입김이 기업에 직접 미치기 때문에 이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만나봐야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익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좌파라고 생각하고, 중국을 좌파로 몰아 중국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중국 경제를 당장 망할 것처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 이는 잘못된 일이다. 우리가 중국을 자기의 정치적인 잣대로 악의적으로 평가해서는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이나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우리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과 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적지 않은 듯하다.

경제를 너무 정치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행동해서는 안된다. 우리의 옆집이 잘 살고 부유해지면 우리에게도 득이 되는 일이 많아진다는 발상이 정상적이다. 경제적으로 친미, 친중, 친일은 얼마든지 해도 괜찮다. 정치적으로 제국주의나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하는 태도를 취하고, 사대(事大)하지 않는 애국심과 자존심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면 된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의 중간 타결은 전쟁의 끝이 아닌 정전에 가까운 시간 벌기에 불과하다. 미·중 간 다툼은 패권경쟁과 지식재산권 분쟁 등 다툼거리가 산적해 있다. 쉽게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거나, 재차 발화할 위험성이 있는 임시 휴전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올해를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의 대분기 접점에 도달했다고 평가하고, 국가적 역량을 다해 선점하려고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우리는 이를 주시하고 특단의 대비책을 준비해야 한다.

2020년 중국경제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국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덩치가 크면 몸이 둔하다. 우리는 무엇이든지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기업들은 자기 업종에 대한 중국 시장의 흐름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유사시 대응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략적인 대비책을 가지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할 것 없이 미래를 향해 나아가면 된다. 우리기업들이 중국을 통해서 큰 성취를 이루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조평규 전 중국연달그룹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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