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상하→협력' 관계로 수사권 조정…무엇이 달라지나

2020-01-1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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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사만 받고도 사건 마무리될 수 있어··· "우려" vs "당연" 반응 교차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검찰개혁' 입법의 큰 틀이 완성됐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은 '상하'가 아닌 '협력' 관계로 재조정된다.

가장 큰 변화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게 수사 종결권이 부여된다는 점이다. 기존 형사소송법은 검찰을 수사권의 주체로, 사법경찰은 검사의 지휘를 받는 보조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제 검·경은 '상호 협력' 관계로 바뀐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무혐의'인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다. 피고발인의 입장에서는 검찰 조사 없이 경찰 조사만으로도 사건이 끝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사실상 제한이 없었던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도 대폭 축소된다.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나 경찰 공무원이 범한 범죄, 송치된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인지 사건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된다.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도 제한된다. 이제 검찰의 신문조서도 경찰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마찬가지로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이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서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어떻게든 자백을 받아내 신문조서에 기재를 할 필요가 없어진 셈. 앞으로는 수사가 아니라 법정에서 유무죄가 가려지는, '공판중심주의'가 자리를 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은 경우, 경찰은 해당 검사 소속의 지방검찰청 소재지를 관할하는 고등검찰청에 영장 청구 여부에 대한 심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동안은 영장을 재청구하더라도 똑같은 검사에게 다시 신청하는 구조여서 한 번 기각되면 사실상 계속 거부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영장심의위원회를 거쳐야 영장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검찰의 경찰 견제 권한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경찰에게 부여된 수사종결권이 완전하지도 않을뿐더러 영장 청구권은 그대로 검찰에 유지되기 때문이다.

사건을 송치하지 않을 때 경찰은 그 이유를 명시한 서면과 함께 증거물을 검찰에 보내야 한다. 이때 검찰은 90일 이내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고, 재수사 요청이 들어오면 경찰은 재수사를 해야 한다. 재수사를 거부하면 담당 경찰은 징계를 받게 된다. 

또한 검찰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법령위반이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경찰에 시정 조치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영장을 재청구하는 경우도 여전히 검찰이 개입할 소지가 남아있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위원장 1명을 포함한 10명 이내의 외부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위원은 각 고등검찰청 검사장이 위촉하기 때문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바람직한 변화라면서도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은 "결국 수사권 조정이란 게 검찰과 경찰의 권한 배분이 본질이 아니다"라며 "어디에 권한을 더 주자는 식이 아니라 형사사법 절차에서 시민의 인권을 얼마나 더 향상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둬서 더 논의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경찰이 더 많은 책임을 지게 된 만큼 경찰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다음 과제"라며 "경찰의 수사 독립성 확보와 함께 전문성 등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교육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고등검찰청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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