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고용의 종말?…45세 이상 '리스토라 공포' 확산

2020-01-13 14:30
  • 글자크기 설정

기업들 중장년층 대상으로 한 인력 구조조정 늘어

디지털 시대 적응 위해 젊은 인력 유치에 자원 배분

"종신고용은 오류 있는 제도"…전직에 대한 문의 늘어

일본에서 45세 이상의 중장년 회사원들 사이에서 '리스토라(リストラ)' 공포가 커지고 있다. 리스토라는 '구조조정하다'라는 뜻의 영어 restructure를 줄인 말이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심지어 좋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이른바 '흑자 구조조정'까지 증가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2일 보도했다. 

이처럼 40~50대 직장인들이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산업구조의 변화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능력있는 젊은 세대 영입의 필요성이 커졌다. 이들에게 좀더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력에 대한 감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레이와와 종신고용 종말도 열려"…지난해부터 인력유동성 커져 

일본에서는 지난해부터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두드러지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레이와(令和)'의 시작과 함께 일본의 종신고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경제 단체 연합회인 '게이단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 회장이나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 등 경제계의 중진들은 지난해 잇따라 종신 고용제도를 재검토해야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일본식 고용은 과거 일본 경제성장의 밑거름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기술의 급격한 변화·발전과 함께 이제는 수정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고 일본 현지 언론은 전했다.

지난달 초 미즈호 증권과 아사히 신문 등은 조기 퇴직 희망자를 모집했다. 앞서 11월과 10월에도 선박회사인 미츠이 E&S가 1000명을 구조조정한 것을 비롯해 세븐&아이 HD가 3000명을 구조조정했다. 기린도 실적 호조 속에서 구조 조정을 단행했고, 닛산, 후지쯔, 미츠비시 UFJ 은행도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대표적 기업이다. 

이처럼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일본 인력시장의 유동성은 커졌다. 전직을 문의하는 중장년층의 수도 크게 늘고 있고, 재취업 컨설팅도 늘어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능력이 있는 중장년 회사원들이 중소기업으로 이직하겠다는 문의가 많이 늘었다"면서 "대형 헤드헌팅사 기준으로 지난해 4~9월 기간 중 41살 이상 회사원의 전직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대비 30%나 늘었다"고 전했다. 

전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자였던 경제평론가 카야 케이이치(加谷 珪一)는 앞서 "일본 기업들은 매출액 정체에도 불구하고 변화에 대응을 위해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신규 사업마다 중도 채용으로 새로운 인재들을 뽑아온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기존에 채용했던 인력을 떠안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소매, 외식, 간병 등 특정 업종에서는 일손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일반 사무직인 화이트칼라 중심으로는 불필요한 인력의 수가 많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상황 좋을 때 인력조정 나서자"···디지털 인재에게는 인센티브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대표적 분야가 제약이다. 제약 기업들은 상황이 좋을 때 적극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해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일본 쥬가이제약은 2018년 12월에 순이익이 2분기 연속 사상최고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월에 45세 이상의 조기 퇴직자 모집에 나섰으며, 여기에 응모한 이들은 172명에 달했다.

아스텔라스 제약도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이 전 분기 대비 35% 늘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조기 퇴직자가 약 700명을 기록했다. 

중장년층의 퇴직은 늘어나는 반면 능력있는 신입들에 대한 대우는 좋아지고 있다. 일본전기(NEC)의 경우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감원된 중장년층은 약 3000명에 달한다. 그러나 신입사원의 경우 능력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후지쓰도 2850명에 달하는 기존 인원을 감원했지만, 디지털 인재에게는 고액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가진 대기업에서는 중장년층의 급여 부담이 크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대기업에서는 50~54세(남자)의 평균 월급이 51만엔으로 가장 높다. 45~49세도 46만엔에 달한다.

기업들이 중장년층 인력의 임금 부담을 덜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는 흐름은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보도했다. 일본 식품기업인 아지노모토는 올해 1월부터 50세 이상 관리직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100명 정도 규모의 희망퇴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밖에도 올해 조기 퇴직을 실시할 예정인 기업은 9곳 정도로 규모는 1900여명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9곳 중 7곳은 2019년도 실적이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