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살린 차이잉원…양안·미중관계 냉각 불가피

2020-01-1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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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중정서 확산, 역전기회 잡아

蔡 "굴복 없다", 中 "부정 선거"

美 개입설까지, 갈등 악화하나

지난 11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총통. [사진=연합뉴스 ]


홍콩의 반중 시위가 바다 건너 대만에서 반중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연임 성공이라는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유지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의 강경 대응이 예상돼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급랭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선거 개입 주장까지 나오는 등 향후 미·중 갈등 악화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중 정서 확산에 뒤집기 성공

12일 대만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인 차이 현 총통이 압도적인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차이 총통은 817만231표(57.13%)를 득표해 552만2119표(38.61%)를 얻은 중국국민당(국민당) 후보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을 꺾었다.

차이 총통의 득표수는 지난 1996년 대만에서 총통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 최고치다.

중국의 압박과 경제 악화 등으로 첫 4년 임기 내내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던 차이 총통은 지난해 들어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도발이 시작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월 연설에서 일국양제와 평화통일을 강조하던 중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대만 내 독립 세력의 분열 공작을 막기 위한 선택지를 남겨 두는 차원이라는 설명이었다.

지난해 6월부터 홍콩 시위 사태가 본격화하자 대만 내 반중 정서는 더욱 높아졌다. 차이 총통은 위기감을 느낀 대만인들을 향해 "오늘의 홍콩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한궈위 후보에게 뒤졌으나 8월 들어 역전에 성공한 뒤 연말께에는 19%포인트 넘게 격차를 벌렸다.

미·중 무역전쟁도 선거전에서 호재로 작용했다. 중국의 경기 위축과 미국의 고율 관세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대만을 새 행선지로 정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은 2.91%로 한국을 제치고 싱가포르(0.1%)와 홍콩(-2.9%)을 포함한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선두를 차지했다.

◆中 강력 반발, 미·중 갈등 악화하나

반중파인 차이 총통의 연임 성공으로 양안 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차이 총통은 당선이 확정된 이후 "대만은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국민이 선택한 정부는 절대로 위협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콩의 친구들도 (선거 결과에) 기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시위 사태와 중국 위협론, 일국양제에 대한 불신 등 일련의 흐름이 선거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일국양제와 평화적 재통일, 하나의 중국이라는 기본 원칙을 확인한다"며 "어떤 형태의 대만 독립 활동과 분리주의 시도에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맞섰다.

관영 매체의 표현은 좀 더 직설적이었다. 신화통신은 선거 결과를 분석하며 "사회 분열과 민생 부진, 민주 후퇴를 초래한 민진당이 사회 비판의 초점을 돌리기 위해 당·정·군 조직으로 표를 부정 획득했다"고 맹공했다.

이어 "양안 관계와 평화 발전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우려를 안겨줬다"며 "중국은 주도권을 확보하고 대만 독립을 억제할 도구가 많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관광 금지 등 경제적 제재와 항공모함을 앞세운 군사적 위력 시위를 병행하며 대만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여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중 갈등 악화로 이어질 개연성이 농후하다.

신화통신은 "서방·외부의 정치 세력이 노골적으로 대만 선거에 개입해 중국을 견제하고 차이잉원을 도왔다"며 "특히 최근 1년간 미국은 '대만 카드'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며 홍콩 정세를 선동하고 대만 민중을 오도했다"고 비난했다.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이뤄졌지만 2단계 협상이 난항을 겪거나 양국이 정치·외교적으로 충돌할 때마다 대만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대만 내 반중 정서가 얼마나 높은지 확인된 계기였다"며 "홍콩 정국이 여전히 불안한 상황에서 중국 수뇌부의 고민이 더 깊어지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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