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 악화에도…" 차이잉원 집권 4년 대만경제 선방했다

2020-01-09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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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四小龍 중 성장률 최고, 대만 가권지수도 최고점

실업률↓ 수출↑ 민간투자↑

1인당 국민소득 여전히 낮아, 고령화 사회도 '가속'

11일 치러질 대만 15대 총통선거에선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연임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 홍콩 시위 등 정치적 이슈가 선거판을 뒤덮은 가운데, 집권 4년 내내 중국 본토와 반목했던 차이 총통이 반중(反中) 홍콩시위를 등에 업고 기사회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차이 총통이 여론의 지지를 받는 건 비단 반중 정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차이 총통이 2016년 5월 취임한 이래 대만 경제도 나름 '선방'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차이 총통의 집권 4년 경제성적표는 마잉주(馬英九) 총통과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라고 표현했다.

미·중 무역전쟁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난 4년간 대만 경제성장률은 '아시아의 작은 네마리 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중 가장 높았고, 대만 가권지수는 29년 만에 처음으로 1만2000선까지 올랐다. 민간투자도, 수출도 회복세를 보였고, 실업률은 사상 최저치로 낮아졌다. 
 

대만 역대총통 경제성적표[자료=블룸버그]


구체적인 수치를 뜯어보자. 우선 경제성장률이다. 블룸버그는 지난해 대만 연간 경제성장률이 2.5%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싱가포르(0.7%), 홍콩(-1.3%), 한국(1.9%)보다도 높다. 대만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2.58%에서 2.72%로 이미 상향 조정했다. 

대만기업들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침체됐던 민간투자도 살아나고 있다. 차이 총통이 대만 기업의 '회귀'를 지원사격한 덕분이다.

2000년초 중국 경제의 고속성장으로 대만 기업들은 앞다퉈 중국 본토로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내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폭탄 불확실성까지 생겨나며 대만 기업들은 줄줄이 '유턴'하고 있다. 차이 총통도 대만 유턴기업에 세금 토지 측면에서 우대혜택을 주고 연구개발(R&D) 투자 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대만기업 투자액은 7000억 대만달러(약 27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몰려오자 대만 실업률도 낮아지는 추세다.  2016년 5월 차이잉원 총통 취임 전까지만 해도 대만의 실업률은 최고 4%대 최고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실업률은 역사상 최저점인 3.69%까지 내려갔다. 지난달 11월 실업률도 3.73%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 사는 대만의 수출 성적표도 양호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차이 총통 집권기간 연 평균 수출 증가율은 3.6%를 달성했다.  전임자인 마잉주 총통 집권 2기 4년간 평균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당시 마 총통은 친중국 정책으로 중국과 경제교류를 확대하며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렸다. 대만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가 넘었다. 하지만 중국 경기둔화세가 짙어지면서 대만 역시 중국발(發) 한파를 피하긴 어려웠다. 마잉주 총통 집권 1기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5.9%에서 2기엔 -2.3%로 하락한 것. 

차이 총통은 대중 수출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시아 국가와 교류를 확대하는 신 남향정책을 추진했다. 반도체와 전자, 정밀기계 부분에서 강점을 지닌 대만기업들의 성장도 힘을 보탰다. 

대만 가권지수도 고공행진 중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도 지난해 12월 1만2122.45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연간 지수 상승폭은 23.3%로, 여타 신흥국과 비교해서도 단연 돋보였다. 26개 신흥국 증시로 구성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는 지난해 15.4% 올랐다.

대만 가권지수[자료=블룸버그]


물론 대만 경제도 '그림자'는 존재한다. 우선 1인당 국민소득이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낮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2003년 한국에 따라잡힌 후 줄곧 아시아 네마리의 용 중 꼴찌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은 2만4828달러로, 한국 3만1431달러, 홍콩 4만9334달러, 싱가포르 6만3987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2000년말부터 2019년까지 대만 1인당 국민소득은 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홍콩(93%), 한국(156%), 싱가포르(168%) 증가 폭과 비교된다.

이밖에 실업률 하락은 단순히 경제가 살아났다고 보기보다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로 구직자 수가 줄어든 것과도 어느 정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2018년 대만 행정원은 2022년 대만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6년 예상했던 것보다 3년 더 앞당겨진 것이다. 

한편 11일 대만 대선을 앞두고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과 경쟁후보인 중국국민당(국민당) 한궈위(韓國瑜) 시장과 지지율 격차는 20~3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대선을 앞두고 대만 빈과일보가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차이 총통 지지율이 48.6%로, 한궈위 후보(15.4%)를 무려 33.2% 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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