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직급 체계 간소화 바람…실효성 '의문'

2020-01-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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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금융권에도 직급체계 간소화 바람이 불고 있다. 어려운 영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 문화를 만들려는 시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가진다. 이미 직급 간소화를 실시한 선례를 보면 애초 의도했던 유연한 조직 문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8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카드는 하나카드는 직급체계를 유지하면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호칭 통합 작업을 검토중에 있다.
 
앞서 신한카드는 올해부터 직책이 없는 직원의 경우 호칭을 전부 ‘님’으로 통일했다. 팀장·본부장·그룹장 등 직책이 있을 때에는 직책으로 부르지만, 차장-과장-대리-사원은 ‘○○님’이라고 부른다.

이는 수평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직원들이 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토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한카드는 기존의 직급 체계는 그대로 유지한다.

현대카드·캐피탈은 올해부터 아예 직급 체계를 간소화했다. 기존의 ‘부장-차장-과장-대리-사원’ 5단계에서 ‘시니어매니저-매니저-어소시에이트’ 3단계로 축소했다. 부장·차장은 시니어매니저, 과장은 매니저, 대리·사원은 어소시에이트로 바뀐 것이다.

해외 법인이 많은 현대카드는 글로벌 공조를 고려해 직급 체계를 개편했다. 정태영 부회장은 “한국에서 굳이 영어 호칭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각 나라마다 자국어 호칭이 있으면 글로벌 공조가 힘들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이미 ‘프로’라는 명칭으로 직급 호칭을 통일하고 있고, 롯데카드도 ‘수석-책임-대리-사원’의 간소화된 직급 체계를 운영 중이다. 반면 은행계 카드사인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는 호칭 통일이나 직급 체계 개편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일된 호칭이 안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이미 직급 간소화를 단행한 카드사를 보면 여전히 톱다운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통일된 호칭을 사용해도 외부와 미팅을 하거나 그룹사 직원들을 만날 때는 직급을 사용한다”며 “또 호칭이 바뀐다고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2개의 직급이 하나로 묶이면서 직원들이 느끼는 박탈감도 있다. 이상혁 한국노총 소속 노무사는 “하나의 직급으로 통일되면서 서열이 희미해졌지만 상급자의 경우 강등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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