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아주경제와 만난 이의환 대표는 국내 유아용품 업계 1세대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1988년 한국에서 첫 유아용품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에는 낯설고 생소한 제품이었으나, 시장성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 대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후 아기 침대, 딜럭스 유모차, 보행기, 그네, 식탁 의자 등을 아이 성장단계에 맞게 선물 받아 사용했다. 집 앞에 나갈 때는 업거나 안는 대신 유모차를 이용하고, 아이가 보채고 칭얼거릴 때는 그네에 태우는 것이 특효약이었다. 걸음마를 시작하기 전에는 보행기를, 이유식을 시작하고는 식탁 의자를 사용했다. 그 덕분인지 다른 아이들보다 걸음마도 빠르게 시작하고, 허리도 바르게 펴져 늘 자세가 곧아 발육 과정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유아용품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그러나 첫돌 전까지 이 일곱 가지 유아용품을 사용했었기에 온 가족이 미국에서도 더욱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이 대표가 강한 확신을 갖고 유아용품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계기가 됐다.
◆ 리안 '국민 유모차' 등극…"현장이 답이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도 소비자의 경험과 체험을 중시한다. 글로벌 기업의 프리미엄 유모차를 제치고 온라인 육아 커뮤니티에서 '국민 유모차'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에이원의 '리안' 유모차 제품군 역시 소비자의 체험과 니즈를 반영해 탄생한 결과다.
이 대표는 "2000년대 중반까지는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가 인기여서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의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제품이 없었다"며 "2008년 '리안' 브랜드를 론칭한 뒤, 자체 제품을 개발하며 수입 제품은 튼튼하지만 너무 크고 무거워서 외출할 때 불편을 겪는다는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품질은 높이며 무게는 3㎏가량 줄인 유모차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외출 시 눈맞춤을 원하나, 여성 혼자 힘으로는 유모차 시트를 번쩍 들어 올려서 분리한 뒤 방향을 돌리기가 힘들다는 엄마들의 불편 사항에 고민을 거듭했다. 시트를 분리하지 않고도 회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며 "수입 브랜드에서 구현하지 못한 양대면 회전 기술을 적용한 국산 유모차 '리안 스핀LX'를 수입 브랜드의 3분의 1 가격에 내놓았다. 부모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서서히 시장에서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에이원은 연구·개발(R&D) 센터를 별도로 두고 제품 개발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회의실로 들어가는 길목 곳곳에서도 현재 테스트 중인 유모차와 카시트, 힙시트 등을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첫 출시 때는 뛰어난 성능을 갖췄음에도 가격은 3분의 1에 불과한 리안의 세 제품을 사기보다 오히려 프리미엄 브랜드 유모차 중고를 선호하는 시장 반응에 아쉬움이 컸다. 실망은 잠시, 각종 전시회 등을 통해 직접 만져보고 끌어본 소비자들로부터 조금씩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뢰를 토대로 뒤이어 선보인 절충형 유모차 '솔로' 또한 딜럭스와 휴대용 유모차의 장점을 결합한 강점으로 '국민 유모차' 반열에 올랐다.
지금도 수시로 전시회와 백화점, 매장 등 현장을 나간다는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사업을 해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소비자의 마음이 향하는 곳을 바라볼 수 있었던 안목 덕분"이라며 "현장이 답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3분기 합계출산율은 0.8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8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적으며, 전년 동기대비 0.08명 줄어든 수치다. '에잇 포켓(출산율이 낮아지며 한 명의 아이를 위해 부모, 양가 조부모, 삼촌, 이모, 고모까지 8명이 지갑을 연다)', '골든키즈' 같은 신조어가 나날이 생겨나지만 동시에 유아용품 시장 규모 축소에 대한 우려도 크다.
그러나 저출산 시대인 만큼 에이원의 역할이 커진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는 임신·출산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로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는 이유를 꼽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처럼 여성의 경제 활동이 활발한 시기가 없다.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까지 젊은 부모는 육아에도 주의를 기울이지만, 개인의 삶과 자아 실현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대"라며 "부모의 고생을 덜어주는 유아용품을 사용하며 삶과 육아 사이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직장인들에게 워라밸이 있다면, 어린 아이를 둔 부모에게는 육아와 삶의 균형, '육라밸' 실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예컨대 아이를 낳고 생기는 가장 큰 변화는 아이가 2시간마다 깨는 주기에 맞춰 생활하는 일이다. 일부러 수유 시간을 3시간, 4시간까지 늘리는 훈련을 할 만큼 부모는 아이의 수면 사이클에서 분리되기 어려우나,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과 육아에 양쪽으로 치이는 부모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휴식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유아용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모차, 카시트 등 육아 1년 동안만 해도 다양한 카테고리 제품이 필요하다"며 "부모와 아이의 안전, 편리함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겸비한 것이 최고의 유아용품"이라고 덧붙였다.
◆ 전문성 토대로 펫·실버 진출…해외 시장 영역 확대
최근 밀레니얼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든 만큼 펫 시장과 실버 산업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변화도 모색하는 중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7월 '리안펫' 브랜드를 통해 펫 유모차 '비비'와 '트립'을 처음 출시했다"며 "반려동물을 키우는 회사 직원들이 다양한 펫 용품을 사용하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어 2년 이상 준비해 선보인 브랜드"라고 전했다.
이어 "올해는 리안펫에서 반려동물 캐리지 아이템을 출시하며 유모차, 카시트 분야에서 쌓아온 전문성을 발휘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실버 산업 진출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류였던 국내 유모차 시장에서 자체 기술로 개발한 리안 유모차가 국민 유모차가 됐듯이, 현재 해외 브랜드가 주류인 펫 시장에서도 국내 브랜드로 우뚝 서겠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보폭을 확대한다. 이미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판매 채널을 넓힐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유아용품 선진국인 미국 시장 문을 두드리며 해외 브랜드와 어깨를 견준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중국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光棍節·싱글데이)에 참여해 티몰에서 리안의 유모차와 카시트, 아기침대, 부스터, 힙시트 등을 선보였다"며 "단 하루 판매를 진행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전했다.
이어 "리안의 품질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해외 브랜드 유통 경험과 제품력을 토대로 선진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라며 "국내 소비자를 면밀히 분석해 리안을 성공시킨 것처럼 수출국 현지 소비자 특성에 대한 분석을 끝냈다. 2020년에는 휴대용 유모차 제품으로 아마존을 통해 미국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약력]
△1955년 출생 △1988년 계성산업㈜ 유아용품 전문회사로 도약, 미국 이븐플로(Evenflo)·코스코(Cosco)·일본의 콤비(Combi)사 한국 독점 총판 계약 △1988 세계 최대 수유용품 브랜드 러브앤케어(LUV’N CARE)사 누비(Nuby)·세계 최대 유아용 카시트 전문업체 팀텍스(TEAM-TEX) 수입 판매 실시 △2008 국내유모차 브랜드 리안(RYAN) 론칭 △2010 ㈜에이원으로 사명 변경 △2011 네덜란드 프리미엄 브랜드 뉴나(NUNA) 총판계약 실시 △2012 리안 스핀LX 소비자시민모임 국내브랜드 최초 만족등급 획득, 영국 프리미엄 브랜드 조이 카시트 총판계약 실시